지금 미디어는 정보의 가치보다 전달 그 자체만을 중시하고 있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프랑스 매거진 르몽드의 디플로마티크에서 발행하는 월간지)는 몇 페이지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심도 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이 매거진 이름의 뜻 자체가 사유하는 방식이라는 다소 고리타분한 단어인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천천히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엮어서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에게 그 메시지를 좀 더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제공한다는 것도 참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위에 보이는 그림은 페이크 소사이어티(가짜 사회)라는 주제와 맞는 그림을 넣었다. 구체적인 해석은 독자에게 맡기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자면, 가운데 여성은 스마트폰을 한시도 떼놓지 않는 우리 자신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양떼들은 미디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끌려다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고, 하늘에 보이는 전투기와 푸틴은 현실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러시아전쟁을 그려넣으면서 현실과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정보 사이의 간극을 나타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번 6호 첫 페이지에는 요즘 사람들에게 많이 인식되고 있는 소셜미디어와 저널리즘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 현재 소셜미디어는 많은 사람들이 분별없이 쓰고 있기 때문에, 작성자가 마음만 먹으면 정보를 입맛에 맞게 변형시켜서 유포하기 쉬운 플랫폼이다. 개인적으로 소셜미디어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정도만 보고 있는데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둔다. 왜냐하면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사실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만 편하게 제공해주는 이 시스템은, 자칫 편향된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그것만이 진실인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다.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항상 같은 정보를 보더라도 그것의 진실 여부를 좀 더 상세히 볼 필요가 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믿을만한 근거자료를 갖고 있는지, 정보의 원천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건지만 알아도 대부분은 알아서 필터링이 된다.
신문방송학부와 언론학부, 커뮤니케이션학부가 '가치 지향적'이라면, 미디어나 멀티미디어 학부는 가치중립적인 명칭일지언정 실제로는 '몰가치적'이다. 미디어(Media)는 '매개체'의 의미를 지닌 '미디엄(Medium)'의 복수형이다. 즉, 콘텐츠를 실어나르는 배관이자 통로가 미디어인 셈이다. 과거의 신문방송학부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가르치고 배웠다고 한다면, 지금의 미디어학부나 멀티미디어학부에서는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실어 나르는 이른바 '배관'기술자의 교육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음이 틀림없다. -11p
지금 정보의 홍수라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실 허수를 걸러야 하는 작업이 점점 더 날카로워야하는 때 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표지에 보이는 양떼들처럼 아무런 생각없이 휩쓸려다니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정보전달과 기술적 측면에서는 점점 더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사는 더 어지러워지고 퇴보하는 느낌이다. 요새들어 한 국가의 내부에서, 그리고 타국 간의 헤게모니 전쟁이 극도로 격화되고, 또 심각한 환경문제도 같이 맞물리면서 더 분위기가 안좋게 가속화되는 모습이라 참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