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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호 Sep 22. 2022

생애 첫 슈퍼카를 타고 느낀 점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를 미국 록키 마운틴에서 타보다.

출발 전 라인업. 나는 맨 왼쪽의 페라리 488 GTB와 오른쪽 람보르기니 우라칸  LP610-4 를 탔다.


저번 주 토요일(9월 17일)에 미국의 중서부에 위치한 콜로라도 덴버로 여행을 갔다. 그 이유는 먼저 뉴욕이나 LA, 시카고 같은 대도시들을 피하고 싶었다. 하도 도시 여행만 많이 해서 이제는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가길 원했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여유로운 스케줄로, 산책도 하고, 호수도 보면서 한가롭게 여행할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슈퍼카 업체에서 한 이벤트를 하고 있었는데, 덴버에서 람보르기니, 페라리, 포르쉐, AMG GT 같은 슈퍼카들을 2시간 동안 록키산맥에서 드라이빙, 와인딩을 해주는 것이었다. 이건 분명히 인생에 몇 번 없을 기회라는 생각이 대번에 들었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같은 이탈리아 슈퍼카를 탄다는 것은 사실 돈이 많은 찐부자가 아니라면 쉽지가 않은 일이다. 거기다가 미국 록키산맥에서 2시간 동안 와인딩을 탄다고? 이건 무조건 예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고, 바로 콜로라도의 여행을 계획했다. 



우선 드라이빙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높은 고지대의 산에서 와인딩을 타면서 차를 무지막지하게 돌려제꼈는데, 거의 2시간 중에 1시간 반은 코너링이었던 것 같다.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됐어서 페라리로 한 시간 동안 산을 돌고 나니까, 몸이 피곤해지고 머리가 좀 어지러웠다. 슈퍼카는 처음이라 신나 가지고 미친 듯이 기어 변속하면서 고 알피엠으로 계속 치고 달려서 그런가. 속도감을 최대로 즐기기 위해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최대한 멀리 유지하면서, 그 빈 공간이 생겼을 때 순간가속을 하면서 엄청 밟았다. 제로백 3초가 얼마나 빠른 지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도 거의 안 밟고 알피엠을 최대한 있는 힘껏 끌어올리려고 최선을 다했다. 내 뒤를 따라오면서 지켜보던 교육관 데이비드가 중간 휴식시간에 나보고 레이싱 경험이 있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인정받은 느낌에 몸은 지쳤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



산등성이 구불구불한 절벽 옆에서 와인딩을 타는 방식은 대략 이렇다. 먼저 코너링하는데 탈출 구간의 여유가 있으면 60마일(100킬로)로 돌고, 급코너는 40~50마일(약 65~80킬로) 사이를 유지했다. 슈퍼카는 일반 차량들과는 다르게 레이싱에 세팅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특히 코너를 도는 맛이 남다르다. 코너 진입 때는 살짝 감속하고 다운 쉬프팅(저단 변속)한 뒤에 빠르게 감아 돌아 나갔다. 다운 쉬프팅 할 때, 알피엠 수치가 순간적으로 올라가면서 '웅!' 하는 거친 배기음과 함께, 차가 앞으로 살짝 튕겨나간다. 그 힘을 도움닫기로 삼아서 코너를 탈출할 때 악셀을 힘차게 밟으면,  엔진소리와 배기음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동시에 커지면서 알피엠이 7~8천까지 쭉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때, 차가 쫙 뻗어나가면서 느껴지는 엔진의 힘과 소리가 정말 예술이다. 실제로 운전석에서 들어보면, 인터넷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보다 훨씬 크고 우렁차다. 고 알피엠으로 가면서 찢어지는 배기음, 흔히 '귀곡성'이라고 불리는 그런 짜릿한 엔진 배기 사운드를 들으면서, 광활한 미국의 도로 한가운데를 달릴 때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디자인도 좋지만, 사실 운전대를 잡고 달리다 보면 그런 건 더 이상 눈에 안 들어오고 배기 사운드랑 속도감만 미친 듯이 좇게 된다. 진짜 '이것 때문에 타는 거구나'라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그래서 원래 사진도 많이 찍으려고 계획했었지만, 미친 레이싱에 맛을 들이고 나니까 외관에는 별 관심이 없어졌고, 내 뒤를 따라오던 전문 테크니션과 성능에 대해서 계속 얘기하느라 기본적인 사진 외에는 찍지도 않았다. 이 차들의 진가는 바로 운전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쉬는 타임에 한 컷.


페라리 488 GTB는 기본 모드인 '레이스'로만 달렸지만, 그래도 신나게 달렸다. 알피엠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핸들 중간에 빨간 점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배기음이 카랑카랑하게 울려 퍼지는데, 그게 운전자를 더 달리고 싶게끔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그렇게 신나게 달리다가 와인딩 중에 완전 급코너인 줄 모르고, 거의 100킬로로 가는 바람에 타이어가 살짝 미끌리면서 '끽!' 하는 소리가 났지만, 기본 모드에 전자제어장치가 활성화된 상태여서 차가 흔들림 없이 끝까지 트랙션을 잃지 않고 정말 짱짱하게 잘 버텨주면서 오히려 재미를 더했다. 운전석에 앉아 페라리를 보면, 사이드미러에는 뒷 펜더 쪽이 굉장히 빵빵하게 보이고, 앞유리에서도 앞 펜더가 큼직하게 보였다. 그런 시각적인 요소도 안정감을 한층 높여줬다. 역시 빼라리..!


잠깐 쉬는타임에 한 컷


람보르기니도 처음엔 기본 모드인 '스타라다(Strada)'로 탔다가, 도로 맵과 슈퍼카 조작에 적응이 어느 정도 되고 텐션이 루즈해질 때쯤에 '스포츠'모드로 바꿨다. 원래 가이드가 별 차이 없기도 하고 대부분 슈퍼카는 처음 다루니까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고 그랬지만, 그래도 양심상 코르사(Corsa) 모드까지는 하지 않았다. 모드를 바꾸고 주행하니 유튜브 영상으로만 듣던 팝콘 소리가 뒤에서 파바박! 하면서 터지기 시작했다. 그게 그렇게 막 대단한 느낌을 주진 않지만, 잔잔바리로 운전 재미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 배기음은 포르쉐911, AMG GT, 페라리, 람보르기니 중에 람보르기니가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다. 달릴 때의 가속감도 좋지만 람보르기니만의 와일드한 배기음을 들으면서 운전하면 그 기분은 진짜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차이점을 느낀 대로 말하자면, 일단 내가 탔던 페라리는 액셀부터가 엄청 뻑뻑하다. 람보르기니도 딱딱하긴 한데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 출발할 때 살짝 밟으려고 했는데, 악셀이 안 내려가서 처음에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나중에 적응이 되고 났을 때 한번 뻥 뚫린 직선주로에서 풀악셀을 밟았는데, 완전히 밟아 내릴 때 묵직하게 느껴지는 그 힘과 거기서 오는 쾌감이 아주 좋았다. 그리고 페라리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 보니 배기음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고 있지는 않았는데 웬걸, 페라리는 람보르기니와는 다른 느낌으로 우웅~거리면서 맑으면서, 매우 우렁차고, 카리스마까지 갖추고 있어서 진심으로 많이 놀랐다. 그리고 람보르기니보다 더 스무스하게 고 알피엠에서 기어 쉬프팅 할 때 힘차게 '퍽! 퍽!' 하면서 터지는 그 박력도 예술이었다. 람보르기니 같은 경우는 '부와아아아앙!' 하면서 밀고 나가는 완전 상남자의 거친 느낌이라면, 페라리는 좀 활기차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감성이나 디자인은 압도적으로 람보가 좋고, 사운드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둘 다 좋았지만 그래도 선택하라면 람보르기니를 고를 것 같다. 람보의 사운드는 스포츠 모드부터 팝콘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8~9천 알피엠에서 터지는 그 찢어지는 고음역대의 귀곡성 배기음, 그리고 쉬프팅 할 때 기어가 '철컥!' 하고 맞물리면서 운전자를 뒤로 잡아당기는 힘. 여기서 오는 감성은 그 어떤 브랜드에서도 볼 수 없는 람보르기니만의 야생적인 매력이다. 일부러 저속 구간에서는 가능한 저단으로 낮춰서 최소 3~4천 알피엠을 유지했다. 그래야 듣고 싶은 소리가 크게 나니까.



거기다 내가 탔던 람보르기니만 유일하게 오픈탑이었기 때문에 더욱 재밌었던 것 같다. 약간 성인용 미니카를 타는 느낌이랄까. 참고로 람보르기니가 유독 A필러가 낮아서 웬만하면 모자를 쓰고 타는 것이 좋다. 안 그러면 나처럼 거지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운전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몰랐는데, 끝나고 룸미러로 내 몰골을 보니 머리가 산발에 한 10년은 늙은 아저씨가 되어있었다. 슈퍼카를 2시간 내내 타니까 몸이 완전히 지쳤다. 페라리 488 GTB와 람보르기니 우라칸 스파이더는 펀카(Fun car)로 가끔 드라이브할 때 타면 좋을 차들이고, 평소에 데일리카로 장시간 타기에는 좀 많이 불편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예약 비용이 한화로 약 100만 원 정도 했는데, 진짜 그 정도 값어치를 충분히 하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이벤트였다. 명목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비싼 건 맞지만, 기본 차값뿐만 아니라 각종 유지비, 수리비, 보험비 등을 고려했을 때 매달 수백만 원씩 나가는 지출비용을 감안하면, 또 이런 훌륭한 드라이빙 로드에서 즐길 기회가 흔치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관리에 대한 부담을 전혀 느낄 필요 없이, 편하게 차를 미친 듯이 굴리기 딱 좋은 기회인 것이다. 그리고 슈퍼카들을 직접 한 시간씩 미친 듯이 몰아 보고 나니, 다음에 또 타러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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