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 정찬영 (물리학과 석박통합과정) >
1부, 2부
p.22 그 책을 당신보다 더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게 가져가 어려운 부분을 설명해 달라고 할 수 있다. 또는 당신 수준을 넘어서는 내용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해한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둘 중 어느 경우든 당신은 그 책에 알맞은 독서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책을 일방적으로 읽은 것이다. ... 어려운 책을 직접 파고들어 이해력을 높이는 것이 바로 당신의 이해력에 도전하는 그 책의 가치를 인정하는 아주 숙련된 책 읽기 방법이다. ... 이때 정신은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좀 더 잘 이해하는 상태로 향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충격을 받은 부분이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가져가 설명을 요청하는 행위조차 저자가 부정적으로 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책의 이후 부분에서도 반복적으로 강조되지만, 저자는 독자가 기본적인 어휘력과 문해력이 있다면 책 자체에 담긴 정보와 맥락을 통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자 자신의 이해와 지식 수준이 향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나는 책의 내용을 다른 사람과 논의하는 것도 충분히 적극적인 독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책 자체에서 저자와의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p.47 아직 이 책의 목차를 읽지 않았다면 여기서 잠시 멈추고 목차로 돌아가라. ... 목차를 살펴보았듯이 이제 이 책의 찾아보기도 살펴보자. ... 출판사 광고 글을 보는 느낌은 어떤가? ‘100% 순수 과장!’ 이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전문서적이나 해설서는 더욱 그렇지 않다. 대부분 이런 책들의 광고 글은 저자들이 출판사의 도움을 받아 직접 쓴다. ... 이런 노력을 그냥 넘기면 안 된다. 물론 부풀려진 광고도 없지 않지만 이런 것은 평범한 사람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독서법에 관한 책이다보니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바로바로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에 적용해가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실제로 목차를 훑어봤고, 찾아보기도 살펴봤다. 찾아보기 목록에 갈릴레이, 뉴턴, 벤담, 흄, 데카르트, 유클리드, 마키아벨리 등 생각보다 수학, 과학, 철학, 경제학, 정치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서양의 유명한 고전 서적의 저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러 고전 작품들을 능수능란하게 참조하고 있는 저자가 쓴 책이라면 더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책을 판단할 때는 그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보아야 하지, 책을 홍보하기 위한 자극적인 문구가 담긴 띠지 등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원래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책 광고 글이 부풀려진 과장일 수 있다며 저자가 솔직하게 얘기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정말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 속에서도 책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뽑아낼 수 있다고 얘기하는 부분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서 기억에 남았다. 확실히 이 책의 저자는 수많은 책을 읽어본 경험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 저자가 제시하는 독서법에 더 신뢰가 생길 것 같다. 참고로 이 책의 뒷표지에 적힌 홍보 문구는 ‘세상의 모든 책을 읽는 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책이 나온 후 이 책을 능가하는 독서법 책은 없다!’ 인데, 저자가 얘기했던 대로 과장하는 문구라서 더욱 재미있었다.
p.50 “처음부터 끝까지 무조건 읽어라.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뭔가를 찾아보려고 하거나 곰곰이 생각해 보려고 하지 말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주의를 기울여 읽고 금방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멈추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 아무리 어려워도 계속 읽으면 곧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나타난다. ...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50%도 안 된다 해도 끝까지 읽으면 전에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을 다시 읽을 때 도움이 된다. 다시 읽어보지 않는다고 해도 처음 부딪친 어려운 부분에서 포기해 버리고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보다 그 어려운 책을 반이라도 이해한 것이 훨씬 낫다. ... 하지만 ‘성급하게’ 이런 것들을 찾아보면 도움을 받기는커녕 책 읽기에 방해만 될 뿐이다.
이 부분도 지금까지의 나의 책 읽는 습관을 반성하게 만든 부분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을 다 이해해가며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주 그렇게 읽어왔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일단 넘어가서 추가적인 정보나 맥락이 나중에 나올 때 다시 보강하는 등 여러 번 읽을 것을 전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pp.68-69 어려운 기술을 익힌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낯선 것을 배우기 시작할 때 만나는 원칙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능숙해져야 하는 각각의 활동이 어떻게 하나로 융화되는지도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원칙이 다양하다는 것은 별개 습관이 여럿 모인다는 것이 아니라 형성할 하나의 습관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뜻이다. 각각의 원칙이 저절로 움직이는 단계에 이르면 서로 맞물려 하나를 이루게 된다.
책을 잘 읽는 법이라는 내용을 가지고 4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을 썼다고 하면 그렇게 많은 규칙을 지켜가면서 책을 읽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러한 사람들의 걱정도, 스키 타는 법이나 어떤 동물의 부분이 유기적으로 합쳐져 하나의 개체를 이룬다는 등의 훌륭한 비유를 통해 알기 쉽게 해소해준다. 비단 책을 읽는 법 뿐만 아니라 습관 형성, 악기 연주를 배우는 등의 활동에서도 기억해 둘 만한 정신인 것 같다.
p.86 어떤 이론서가 평범하고 일상적인 경험에서 벗어난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면 그 책은 과학책이다. 아니면 철학책이다. 이렇게 구분하다니 놀랐는가? ...
정말 놀랐다. 정확히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인 관념을 다루는 철학책은 과학책으로 분류되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다루는 과학책은 철학책으로 분류될까? 아마도 저자가 사용한 ‘평범하고 일상적인 경험’이라는 표현의 의미는 시공간상에서 일어나는 객관적인 물리적 사건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개인이 삶 속에서 경험하는 주관적인 사건을 지칭하는 것이리라.
p.164 사람들이 대개 진리를 깨닫는 것보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을 중요시 한다는 점이다. ... 하지만 책이든 실제 교사든 그와 대화해서 무언가를 배우고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을 넘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얻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트집이나 잡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안다.
토론 주제: 이 책에서 소개한 독서법의 원칙들을 가지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