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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혜 Jun 18. 2024

우울증 환자에게 행복은 닿지 않는 지평선

"뭐 할 때가 행복해"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 가장 힘든 건 '행복'이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거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 "넌 뭐 할 때가 행복해?", "뭘 좋아해?"...말문이 턱 막힌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언제 행복했지? 언제나마 소소하게 기쁨을 느꼈지?


좋아했던 음식을 먹어도, 예쁜 장소를 봐도 그저 무덤덤하다. "그렇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거나 감성 돋는 장소를 가고 싶다는 욕구도 들지 않는다.


'그렇구나' 인간이 된 기분이랄까.


일상 속 소소한 기쁨이 사라지니 우울이 더 커져간다. 사진첩 속 환하게 웃고 있는 과거의 나를 보며 '이 땐 그랬었지' 생각이 들어 또 비참해 진다.


숨 쉬는 것도 버거운데, '기쁨'이란 감정은 너무 멀게 느껴진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하루라는 위로도 전혀 와닿지 않는다. 나는 그 누군가도 아닐 뿐더러, 하루하루는 그저 가족을 위해 견뎌야 하는 버거운 숙제와 같았다.


"긴 터널 끝에도 빛은 있다"


내 터널의 끝은 어디일까? 정말 내 삶에 다시 빛이 들어올까?


오늘도 수면제를 털어 먹고 침대에 누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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