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간절한 하루가 아무 쓸모 없다고 느껴질 때
죽음을 갈망할 때, 또 이를 실행했을 때 느낀 가장 큰 감정은 '죄책감'이었다. 사는 거 다 똑같이 힘들다는데 왜 나만 이럴까. 누군가는 내가 그토록 치를 떠는 삶을 갈망한다는데.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우리 언니도 하루하루를 잘 살아냈는데. 다 내가 못나서 그런 걸까? 나약해서 그런 걸까?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세요" 어딜 가나 쉽게 들리는 이 말은 마치 내겐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알록달록한 세상을 즐기라는 말과 같이 느껴졌다.
행복이란 감정이 너무나 희미해져 버렸는데 그걸 어떻게 느끼지?
암울함이 나를 지배할 수록 죄책감은 더 커져갔다. 다 내가 나약해서 그런 것만 같았다. 사지 멀쩡하고 일할 직장까지 있는 데다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데도 이 감정을 떨쳐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싫었다.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우리 모두 삶을 원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비록 삶의 시작은 내 뜻이 아니었다고 해도, 끝은 내가 정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