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까지도 회피하기 시작했다.
중증 우울증 판정을 받은 뒤 많은 것이 달라졌다. 삶에 대한 의지를 잃었고, 의욕을 상실했다. 이 가운데 일상 생활 속에서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것을 회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러워진 방은 물론, 정말 사소한 공과금 납부 등 까지도 손을 놓아 버렸다.
해야 하는 걸 알지만 그냥 외면하는 거다. 그게 편하니까. 더 이상 살고 싶지도 않은데 뭘 또?
이 같은 회피는 어쩌면 살아가려는 발악일지도 모른다. 문제들을 마주하면 힘들어질까봐, 힘들어지면 또 죽고싶다는 충동이 들까봐.
싫어도 이런 나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 살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