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백수에 은둔형 외톨이인 패배자이지만
죽음을 원했던 이유는 꽤 많았다. 우울과 불안으로 인한 패배감, 자괴감, 죄책감.
늘 가슴이 답답했고 가끔은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가 '죽어야 편해질 수 있어'라고 속삭이며 내 심장을 쥐어짜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죽고 싶었다.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스프라바토 치료를 받기 전까지의 나는 그랬다.
약 5주에 걸쳐 8회 치료를 진행했다. 오늘로써 스프라바토 치료가 끝났다.
병원에서 나온 후 집으로 오는 길, 솔솔 부는 바람에 지난날이 스며들었나 보다. 아팠던 기억들이 자꾸 나를 간지럽힌다.
그럼에도 편안하다. 더 이상 불안하지도, 질식할 것 같은 느낌도 없다.
여전히 나는 백수에 은둔형 외톨이인,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패배자'임에도 말이다.
아쉽게도 치료를 통해 살아가야 할 이유와 목표를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고통에서 해방됨으로써 죽어야 할 이유도 사라졌다.
그래. 이 정도면 됐다. 아픈 기억을 바람처럼 흘려보낼 수 있을 만큼은 성장했구나.
편하게 숨을 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