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아픔과 상처, 사랑까지도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말이 싫다. 특히 감정에 있어서.
너무 큰 아픔은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마음에 흉터를 남긴다.
몸에 생긴 흉터를 보고 '아픔이 지나갔구나'라고 하지 않듯이 마음도 그렇다.
그저 흐려지는 것이다. 신체 흉터처럼.
오늘 결혼식에서 첫사랑이었던 옛 남자친구를 만났다. 그와 헤어지고 참 많이 아팠다.
사랑과 이별에 모두 서툴렀던 나는 미친 듯이 괴로워했다. 못 먹는 술을 진탕 먹고 눈물을 질질 흘리기도 하고, 그와 나눴던 대화들을 보며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십여 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그 기억과 감정이 지나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흐려진 것일 뿐.
우울과 불안, 은둔도 그렇다.
스프라바토 치료를 받은 후 비교적 안정을 찾은 나지만, 지독한 우울과 불안을 지나왔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그 감정들이 흐려지며 휘둘리지 않게 됐다고 해야 할까.
간절히 죽고 싶은 마음과 숨 쉬기조차 힘든 불안, 스스로가 부끄럽고 초라해 바깥 세상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결국에는 다 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