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때의 가장 먼 사람에게

by Seon


당장 보고 싶은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싫어하던 사람의 사랑이 있다


왜 피우는지 이해는 안 됐지만

난 말려 올라가는 네 입꼬리를 좋아하니까

굳이 말리지는 않았고

너와 영원을 함께라 생각할 때면

자연스럽게 너와 나의 미래가 보이고

그 미래에 너는 건강하게 내 옆에 오래 있어야 하니까라는 뭐 대충 그런 이야기로 나는 네 담배가 싫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선 네가 있어야 하는데

금방 죽어버릴 거면

이 행복의 질을 너로 맞출 필요성이 적어지니까


난 행복을 영원히 누리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하다


욕심쟁이의 사랑을 쥐고 싶어서

너를 하늘로 삼고 낭만적인 기도를 하며

잠에 들었는지도 몰라


그와 반대로 나는 지금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요즘은 딱히 지키고 싶은 무엇도 없고

원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의 그것이 눈앞에 있으면

그저 욕구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가 편하다

인스턴트 만남으로 피곤하게 산다는 말은 아니고

그저 감정의 이면 뒤에서 생존하는 습하고 축축한

상태가 편하다고 해야 할까


신났을 때 웃고 떠드는 건 인간이 지닌 기본적 감정

배출인데 이상하게 혼자 있으면 이게 불쾌해


담배 피울 때나 웃을 땐 아무 생각도 안 나는데

침대에 누워서 내가 행복했던 순간을 핸드폰으로 찾아보거나 떠올리면 과거의 나 자신에게도 질투가 나니까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미쳐버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봤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생각이 나니까 적기로 했다


나는 담배 피울 때 눈을 감으면 기분이 좋아

내가 사랑하는 건 다 죽을 거니까 그리고 나도 언젠가 죽을 테니까 일찍 죽는 이유가 병에 걸리는 것 따위라 내 행실에 아무런 영향을 못 준다

내 기분을 끌어올리는 요소가 너라면 나는 너를 이용할 거고 내게 가만히 이용당하기 싫다면 너도 나를 이용하면 된다

네가 나와 함께 하는 하루를 사랑하면 나는 너를 위해 네게 어울리는 모든 걸 줄 거다

인간은 닳는 존재라 소모되어 이용당하기 싫다는

본능이 머리끝까지 차 있어

‘네가 나를 제대로 사랑했다면 왜 나만큼 안 힘들어’

라는 말도 나만 네게 이용당한 거 같으니 뱉는 말이다

굳이 무언가를 곁에 두는 이유는 그것으로 인해 나의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고 나는 그저 너를 사랑할 때 나오는 약간의 짧은 벅찬 기분을 사랑해서 네가 곁에 없는 지금이 지겹도록 미운 거다

너는 뭘 할 때 행복하냐는 말에 대답을 못하는 건

내가 웃는 순간이 많아서일까 그리 웃는 것과 행복은 별개라는 기가 찬 의견에 동의해 버려서 기억을 못 하는 걸까

누가 나한테 괜찮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괜찮다고 하겠지

너는 내가 지닌 쾌락주의 안의 불행을 지워줄 수 없다

나쁘게 말하면 2시간 안에 나를 강제로 잠에 들게 하는 약물이나 불 붙이고 들이쉰 지 20초만 되어도 뇌를 붕 뜨게 하는 담배와 같이

나를 즉각적으로 바꾸지 못하는 무언가가

나라는 양면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그 마음이 눈엣가시 마냥 거슬려

네까짓 게 뭘 알아라는 기분 나쁜 반감이 드니까

너는 아무것도 알 필요 없고 평소처럼 내 기분을 맞춰주면 된다는 말은 정말

재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의 동의를 줘버린 지 오래라 이런 사람과 관계를 맺어버린 네게 미안하다

솔직히 네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내겐 별 도움이 되질 않으니 찾지도 않았어

내 불안을 누군가에게 공유하는 건 정말 손발이 썩어 들어가는 기분이라

현재가 불우하긴 하나 누군가에게 말하면 어느새

흐릿하게 지워지는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부럽다

나는 그런 감정이 잘 들지 않아 없으니까

다 좋은데 어딘가 항상 우울한 마음이라


뜬금없는 말을 하자면 나는 나보다 네가 먼저 죽을까 봐 싫어 더 깊이 파고들면


난 네가 숨 쉬지 않는 하루가

싫으니까

여전히 난 네가 담배를 피우는 게 싫다

오버해서 말해본다면

네가 나보다 먼저 병에 걸려 죽으면 어떡해

타인의 감정은 그 몸에 깃들지 않는 이상

느낄 수 없으니 내가 죽었을 때 혼자 남은 네 감정은

별로 알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모순으로 하루를 산다

재수 없으니 그만 말할래

이건 내 우울의 해결 방안이 아니다


별 뜻은 없고 맛있는 거 먹고 난 뒤 담배를 피우면 기분 좋다던 네 말이 뇌리에 박혀서 여기까지 왔다


한때의 가장 먼 사람에게

말해주고픈 주제인 것 같아서


작가의 이전글어설프게 훔친 것마저 비 냄새가 자욱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