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나비 (Monarch Butterfly)

내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너였다

by Seon

제왕나비는 3월과 4월 사이에 북아메리카 북부에서부터 멕시코 중부의 삼나무 숲까지 이동을 한다.

(번식을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여정 중-) 첫 세대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강렬한 본능을 가진 첫 세대가

추위 이른 봄을 뚫고 펼친 날개의 결말은 4세대 혹은 그 이상만이 볼 수 있다.


길을 여는 첫 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주지만

스스로는 긴 여정의 끝을 만끽하지 못한 상태로 긴 잠에 들게 된다는 결말이다.


누군가를 위해 죽어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누군가가 이루어준다는

불확실한 미래로 투신하여

나의 육신을 죽음에 넘겨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삶이 가치 있다 생각하는 본능은 어떤 것일까.

죽음이란 것은 무엇일까. 색이 있다면 검은색일까.

인간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에 불행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는 사명을 가진 이의

마음은 어떠할까.


나의 꿈이 타인에게

타인의 꿈이 또 다른 타인에게 넘어가는 그런

긴 여행을 마친 생명은 어떤 죽음을 맞이할까.


이룬 것 없이 이루려 노력한 과정이

이루려 했던 그 무엇보다도 가치가 있을까.


내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너였다.

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왔다.

나의 용기는 온 삶을 던져 증명해야만 했었고

이루고 싶었던 꿈이 존재하되

함께 이루고 싶었던 누군가가 사라져도 변하지 않을

내가

온 세상을 던져서라도 손에 넣고 싶어

밤을 버리고

새벽을 달려가면서까지

이루고 싶었던 꿈이 너였다.

너라는 게 정말 소박하고 별것 아닌데

이루고 싶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마저 이루게 되어도

끝내 너 하나만은 이루지 못했다.

욕심이 없는 것조차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마저 사랑이었음을 모르고 있는 거야.

너의 도착지가 내가 아니라는 것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궁금한 것이 많아지는 하루를 살고 있을 뿐이다.

난 이제

너의 도착지가 내가 아니었음을 알고 있어

나의 도착지를 이룰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다

우리의 도착지를 이룰 수 없었던 그날이

새파란 청춘 아래에서 떨고 있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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