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만에 다시, 함께

첫날부터 흔들린 여행

by 모모네

3년 6개월 동안 떨어져 지내다, 이제 한 달 전부터 다시 함께 살게 된 우리 가족.

그 첫 가족여행지로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 잔지바르를 선택했다.


남들은 프랑스, 이탈리아처럼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있는 유럽으로 향하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아들이 더 즐길 수 있는 곳은 아프리카일 거라 믿었다.

사실 나도 유럽은 한 번도 못 가봤다.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


출발 전부터 찾아온 난관 – 오버부킹


출발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들려온 건 뜻밖의 한 마디.

“오버부킹입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나이로비 도착 후 곧바로 킥코록행 경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다음날이나 가능하다는 말에 숨이 막혔다.


다음날도 못 간다면 잔지바르 일정까지 취소해야 할 판.

머리가 하얘졌다.

아프리카는 정말 못 가는 걸까?

지금이라도 다른 나라로 가야 하나?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공항 카운터 직원은 보상은 자신 소관이 아니라며,

예약번호 대신 우리 이름과 날짜가 찍힌 항공 시스템 화면을 찍어가라고 했다.

차가운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는데,

이마저도 확정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음날 4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 다행히 티켓을 받았지만

이번엔 3시간 지연.

총 비행시간보다 대기 시간이 길었다.


강행군의 하루 – 헬스게이트와 나이바샤 호수


지연된 비행으로 나이로비에 도착하자마자,

예약해둔 투어가 바로 시작됐다.

첫 일정은 헬스게이트 국립공원.

설명에는 ‘자전거를 타고, 호수에서 보트를 탄다’고만 되어 있었다.

하지만 헬스게이트는 얼룩말·기린·임팔라가 자유롭게 뛰노는 초원을

8km 가고 8km 돌아오는, 총 16km를 자전거로 달리는 곳이었다.

운동화도 아닌 고무 슬립온, 자전거용 복장도 아닌 평상복 차림.

남편은 아들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달렸다.

야생동물과 같은 길을 달리며 문득,

예전에는 이렇게 동물들과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살았을 텐데,

지금은 그들의 땅이 건물로 채워지고 있다는 현실이

인간이란 존재의 욕심을 새삼 느끼게 했다.

아들은 처음엔 카메라를 들고 신나게 뛰어다녔지만,

곧 자전거 뒤에서 잠이 들었다.

위험할까 봐 계속 깨우며 달렸다.

결국 돌아오는 길엔 차를 불렀다.

진작 부를 걸… 그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온 가족이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돼 있었다.


자전거 투어를 마친 뒤, 곧바로 나이바샤 호수로 향했다.

하마를 본다기에 작은 보트를 공격하면 어쩌나, 악어는 없나 걱정했지만

하마는 강 가장자리에만 서식하고, 악어는 없었다.

보트 옆을 유유히 떠다니는 펠리칸,

하늘을 가르는 독수리,

물가에서 낮잠을 자는 하마들.

아들은 TV 속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자

“진짜야?”라며 눈을 반짝였다.

호수 앞에는 롯지 형태의 숙소가 있었다.

다음에는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며,

자연의 하루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

케냐는 고산지대라 벌레가 거의 없어

야외에서도 쾌적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여행이 남긴 것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은, 엉망진창이었던 하루.

하지만 먼 훗날 아들이 커서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이 ‘엉망진창 여행’도 셋이 함께여서

멋진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눈물나게 감사하다.


여행은 뜻대로 되지 않아도,

그 시간은 우리 가족의 특별한 기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