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만 남고, 호랑이와 물고기가 사라진 자리에
제목 컷팅이라니 오 안 돼 그거 중요한 거야!!!
왜 한국의 멜로는 우연으로 시작해
신파로 끝나는가
그러나 리메이크에서는 할머니는 그저 동거인일 뿐이고 남주를 밀어내는 것도 조제 스스로이다. 보육원에서 바퀴벌레 약을 타서 원장을 살해했다는 죄책감으로 본인 스스로 가두고 세상에 나오길 거부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훈남한테 미쳐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건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감정의 서사가 이곳에 깃들어 있다.
그런데 리메이크에서는 집안 전체가 냄새날 듯 어둡고
심지어 테이프로 칭칭 감은 밥상다리는 위태로웠으며
정말 독이라도 탔을 것 같은 요상한 된장국이 나온다. 구질함의 끝이다. 심지어 고아원 원장을 독살할뻔한 그녀에게 동정이 아닌 매력을 느낀 부분이라고 한다면 더 요상하다. 물건을 주워온다는 할머니 캐릭터를 살려 시력검사판으로 부엌 찬장을 만들고 스팸을 다리미로 굽는다는 아이디어만 참신했던, 참고로 스팸은 요리가 아니다. 책을 그렇게 많이 읽고 혼자 밥도 해 먹는 캐릭터가 비싼 스팸이나 다리미로 굽고 있는 거 공감이 안 된다, 안일하다.
그런데 리메이크에서는 우연한 휠체어 사고,
고장 난 휠체어와 리어카, 휠체어를 고쳐주겠다며 혹은, 우연히 다시 본 할머니를 따라 다시 조제네 집에 찾아가고 원작처럼 엄마 반찬 나눠주는 게 아닌 명절 선물로 받은 필요 없는 스팸 갖다 주는 걸 보면 남주는 그냥 우울한 현실에서 더 우울한 현실을 사는 조제에게로 도피하고 싶은 어린 사내의 호기심으로 비칠 뿐이었다.
감성적인 영화로 만들기 위해
자극적인 베드신은 지웠다?
사실 베드신이 있다고 자극적인 게 아니다.
복잡한 인간의 감정을 단순한 신파로 내동댕이치는 것이 자극적인 것이다
빈 위스키 병을 모으며 위스키를 먹어보지도 않고서도 향기만으로 신의 물방울처럼 테이스팅 노트를 맞추는 건 재능(?)에 가까워서 새로운 직업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어지는 장면은 여주에게 멋있게 걸어가는 왕자님과의 키스. 잘생기고 예쁜 두 사람의 클로즈업. 눈은 펄펄 내리고 음악은 애달프고 아 감독이 어지간히 예쁜 장면을 구현하고 싶었구나 싶었다. 그러나 있어야 할 두 사람의 아름다운 베드신은 삭제되고 그 후에 좋았어?라는 남성 중심적인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구린 장면만 이어진다.
그러나 리메이크에서는 남주의 그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놀이동산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 관람차는 멜로물의 전형적인 클리셰가 아닌가. 감독은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담아냈지만 그들의 사랑까지는 담을 수 없었던 걸까.
썸녀와 결혼을 하는 남주혁과 차를 몰고 여행을 떠나는 조제. 호랑이 궁둥이만큼이나 뜬금없는 물고기 펜던트를 룸미러에 단 채 한낱 연애담으로 날려버리는 엔딩이라니. 도무지 둘이 어쩌다 사랑하게(?) 됐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동정인가 외모인가?) 왜 헤어지는 건지 왜 남주가 그녀 곁을 떠나게 된 건지 영화에서는 어떤 것도 드러내지 않고 ‘그래서 현재’로만 건너뛴다. 너네도 원작 봤지? 그래서 헤어진 거라고 감독이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아니 왜 이렇게 책임감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