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
흔적을 남기는 일은 고독하지
별을 따라 그림자를 남겨두는 밤
녹아버릴 족적들
얼어붙은 물음들
사는 법은 사(死)는 법과 다른데
유보된 소멸은 내리는 결정처럼
심장을 비출 듯 투명하기만 하다
생은 이토록 퇴화하는 것
심해어의 눈처럼 키위 새의 날개처럼 우리
손가락처럼 벌어진 지느러미로 무얼 할 수 있을까
집는 것
짚는 것
짓는 것
그러니 짓는다
집보다 죄를
인간은
심연을 헤엄치는 심연어들
수도원으로 가는 길은 내장처럼 구불대고
별을 가둔 등불은 언제 질지 모르는데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면
불안은 인류를 몰아낸다 지구 밖으로
새벽처럼 미명으로
사라지는 이름들
무리에서 떨어진 사이비처럼
한겨울에 딸 수 없는 산딸기처럼
구할 수 없는 구원들 과실들
어제 쓴 일기는 창세기가 되었다
비문으로 기록될 문장들이
마침표처럼 계시록이 되듯 우리는
퇴화한 믿음으로 죽음을 기도한다
키워드
지혜, 고수, 은둔, 귀향, 자기관리, 인내심, 자존심. 우울증, 고립, 내적성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