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2동 340번지
3지난번에 이어 저의 오랜 독자이자 선생님께서 제 시 <이태원2동 340번지>에 대한 감상을 보내주셨습니다. 저로서는 감사와 부끄러움이 섞여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게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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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별 시인의 詩 감상]
Part 1. 원작 시
<이태원2동 340번지>
나, 어렸을 때, 버려진 별들이, 구멍 숭숭 뚫린 빛을 기우며, 쥐똥만 한 불빛 아래 모여 살던 셋방들 주소, 모두 묶어 한꺼번에 이태원 2동 340번지
파편 같은 캄캄한 솥들에, 겨우, 수돗가에 모여든 조막손들이, 곰팡이 가득한 정부미를 씻으면,
쌀뜨물은 흘러 흘러 은하수처럼, 뿌연 눈물이 되었고
맹물을 아무리 마셔도 헛배만 부른 밤에, 먹을 수 없는 별들만 빼곡해서, 풀벌레가 나 대신 배고파 밤새 울던, 별무리 가물대던, 340번지 그 골목
여전히, 그곳을 기억하면 뜨신 밥도, 차마 넘기지 못하는데, 아픈 밥 씹지 말라던 엄마는 이제 그곳에 없고, 상한 별만 엄마를 불러대는, 이태원2동 340번지, 내 살과 뼈,
지금은 없는, 나의 누더기 행성
/외별/
Part 2. 詩 감상
1. 공간의 힘
○ 시인은 "이태원2동 340번지"라는 정확한 주소를 제목과 본문에서 반복함으로써, 시는 마치 한 장의 지도처럼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 그럼에도 이 주소는 단순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누더기 행성"으로 확장되어 개인의 기억과 우주적 이미지가 겹쳐지는 시적 변환이 일어나도록 의도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철저한 계획성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2. 빛과 별의 이미지
○ 버려진 별, 쥐똥만 한 불빛, 먹을 수 없는 별, 상한 별. 별은 보통 희망과 찬란함의 상징인데, 외별 시인의 이 시에서는 결핍, 궁핍, 상처를 품은 반대의 이미지로 쓰이고 있습니다. 낯설게 하기의 일환으로 여길 수 있으나, 이렇게 함으로써 이 시 전반의 통합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 "쌀뜨물이 은하수처럼 흘러 흘러" 대목은 이 시에서 가장 아픈 장면이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은유라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삶을 눈물과 우주의 광활한 적막에 투영시킴으로써 가난을 궁극의 결핍과 아름다움의 모순적 결합을 완성시키고 있습니다
3. 어머니의 부재
○ "아픈 밥 씹지 말라던 엄마"라는 구절은 감각적으로, 물리적인 ' 씹기'를 넘어 '아픈 삶을 견디지 말라'는 듯한 울림을 주고 있기에, 또 다른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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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사라진 후에도 별들이 '상한 별'로
남아 끊임없이 불러내는 장면은, 상실 이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고향과 어머니의 잔향을 절절히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4. 형식과 호흡
쉼표와 반복이 많아, 읽을 때마다 숨이 막히듯 끊기다가 이어집니다. 이 호흡은 실제 그 시절의 팍팍함, 허기, 불연속적인 기억의 파편을 닮았는데, 이와 같은 효과까지 시인이 의도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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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끝날 때 "내 살과 뼈, 지금은 없는, 나의 누더기 행성"으로 마무리되는 건 시인의 정체성 전체가 그 기억의 잔해로 이루어졌음을 고백하는 절창이라 할 것입니다.
5. 결론
정리하자면, 이 시는 가난의 기억을 우주의 은유로 확장한 서정적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향은 사라졌지만, 그 상실이 지금의 화자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시 전체가 기억과 정체성의 별자리로 빛나고 있습니다.
아마, 흐린 날, 하늘에 흐린 은하수가 뜬다면 시인이 그 옛날 씻었던 쌀뜨물이 흘러든 것이라 여길 만큼 서정성 뛰어난 시편이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