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폐가廢家>
바람도 들지 않는
뼈대 앙상한 폐가에도
어김없이 계절은 오고 또 가기에
해거름 받은 봉숭아꽃
주인 없는 곳에서도
여전히 빨갛게
물들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아이는
오래된 마루에서
찾을 수 없는데
노을 닮은 붉은 꽃잎
하나둘씩
기억 속으로 저문다
/외별/
<시작노트>
손톱에 꽃물 들이던 어여쁜 이는 오래된 마루에서도 자취를 찾을 없는데, 마음 안에서만 해마다 소담스러운 꽃잎으로 오래도록 자라나는 시간 기억으로 피고 또 집니다
땅 위에 지은 집만 그러한 아니겠지요. 마음에 지은 집도, 폐가가 되기도 하고, 홀로 남겨진 붉은 슬픔만 해가 가도 뎅그마니 빈자리를 빈틈없이 메우고 있기도 하겠지요
늘, 버려진 것은, 너무도 처연합니다.
버려지는 모든 것을 위한 위무의 노래를 바칩니다.
/외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