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書 09

자작시 <난해시론 no.5 _ 길>와 해설

by 외별

<難解詩論 no.5 _ 길>


지게는,
노인을 안고 평생을 걸었다


지게가 노인을 벗어놓고,
나무가 되던 날,
노인은 길이 되어
비석 아래 눕고


바람은
지게의 무게를 달고
짐승처럼 짖었다


새벽달이,
붉은 혀를 내밀어
오래된 길을 핥고,
새 어둠이
새벽 아래 밝았다


/畏瞥/






<자작시해설>



1. 이 詩를 쓰는데 바탕이 된 시론

시는 세계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시는 세계가 어떤 대가(對價) 위에 놓여 있는지를 드러낼 뿐입니다.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주체라 믿지만, 시는 그 믿음을 해체하고자 한다고 나는 생각을 합니다.


나의 시 속에서 인간은 종종 운반되고, 대체되고, 사라집니다. 의미는 성취가 아니라 잔존물의 사용 방식에서 발생되고는 하지요.

길은 만들어지지 않고, 누군가가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비로소 생깁니다. 그러므로 길은 진행의 상징이 아니라, 소모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시는 위로하지 않습니다. 위로는 살아 있는 자의 언어이기 때문이고, 나의 시는 죽은 것, 버려진 것, 기능을 상실한 것들이 아직 세계를 지탱하고 있음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시에서 난해함

난해함이란 이해의 실패가 아닙니다. 그것은 독자가 윤리적 안락함으로 후퇴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낮은 저항의 형식이라 할 것입니다. 나의 시는 목적지가 아니라 이미 지나간 것들 위에 조용히 놓인 통과의 조건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3. <난해시론 no.5 _ 길> 해제

이 시에서 내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일반적인 시선과 개념에서 논의되는 ‘길’이 아닙니다. 길이라 불리는 것에 끝내 이름을 얻지 못한 존재들입니다.

지게는 도구이지만, 이 시에서 지게는 한 인간의 생을 대신 짊어진 또 하나의 몸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노인은 지게를 메고 걸어온 것이 아니라, 지게에게 안겨 평생을 이동해 왔습니다.


나는, 이 시에서 주체와 객체의 위치를 일부러 뒤집어 놓았고, 이유는 명확합니다.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스스로를 움직인다고 믿지만, 실상은 노동과 책임, 관습과 세월 같은 것들에 의해 운반되는 존재에 가깝기 때문이며, 이 점을 나의 시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지게가 노인을 벗어놓고, 나무가 되던 날”이라는 구절은 도구의 죽음이자 변신입니다. 쓸모를 다한 지게는 불태워지거나 썩어 사라지지 않고, 나무가 됩니다. 여기서 나무는 생명의 환생이 아니라 기억의 정지 상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옮기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다만 서 있을 뿐인 존재.


그 순간 노인은 길이 됩니다. 걷는 자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밟혀 닳은 흔적뿐이라 하겠지요. 인간의 생은 끝나지만, 그가 남긴 통과의 자국은 타인의 발아래 놓입니다. 그래서 노인은 비석 아래 눕는 것입니다. 길은 늘 죽은 자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시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바람이 “지게의 무게를 달고 짖는다”는 표현은, 남은 세계의 애도 방식입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게가 자연에게 전가될 때, 그것은 울음이 아니라 짐승의 짖음처럼 들리게 됨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의미 없는 소음, 그러나 지울 수 없는 잔향. 이 시에서 바람은 위로하지 않습니다. 다만 남겨진 무게를 흉내 낼뿐.


마지막 연에서 새벽달은 붉은 혀를 내밀어 길을 핥는다라고 진술됩니다. 이는 구원도, 신성화도 아닙니다. 달은 늘 무심하게 죽은 것들을 비추고, 핥고, 지나갑니다. 오히려 “새 어둠이 / 새벽 아래 밝았다”는 역설은, 이 모든 순환이 끝난 뒤에도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시작된다는 냉정한 진술이라 할 것입니다. "밝음은 희망이 아니라, 망각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는 시적 화자의 외침입니다


이 시를 통해 "인간은 길을 만들지 않는다. 인간이 길이 된다. 그리고 그 길 위를, 우리는 우리의 없음으로 걷는다."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 길 위에 오늘도 시는 바람과 함께 길의 더께를 만들 것입니다



4. 글을 마치며

난해시를 표방한 나의 시가 독자에게 전달되는 길은 매우 지난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난해시의 형식을 표방하는 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나의 생각과 내면을 깡그리 드러내고, 벌거벗은 상태로 독자와 한 호흡으로 나누고자 합니다. 그 길 위에 나의 당신이 계시면 참 행복할 거 같습니다. 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글을 닫습니다. 감사합니다



/외별/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