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_ 24

감격시대 _ 1970 년대풍

by 외별

<감격시대 _ 1970 년대풍>



1
연탄불 자글대는 드럼통 위에 늙은 접시 몇 개 안주로 내밀고는 대포는 이 빠진 사기 주발로 마셔야 제격이라며 목울대에 힘 모으던 여자.

앉으라는 얘기도 없었는데 제 자리처럼 철퍼덕 주저앉아서 손님인 나 보다 대포를 더 많이 마셔대던 여자.

젓가락 장단만으로 김추자를 안주보다 감칠맛 나게 불러재끼고 기분 좋다며 술값 대신 한번 안아주고 가라고 생떼를 쓰던 시뻘건 입술을 가진 여자.

속옷부터 벗어놓고 대포보다 기세 좋게 달려들다 두드리던 젓가락처럼 휘어진 그 여자. 기겁하여 도망치는 손님 등짝에다 첫 남자 이름을 덕지덕지 찍어대던 왕대포집 그 여자, 그 여자 악다구니



2
흐린 날, 막다른 바다 끝에 알전구처럼 앉아 있던 그 여자, 슬몃슬몃 떠올라 비(雨)보다 먼저 대포에 젖고,

여자가 두드리던 드럼통 보다 뜨겁고 싶었던 나는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로 감격시대를 꾸역꾸역 들이키는데




3
해 저문 고개에 대폿집 여자는 감격이 없어 울고, 주객은 시대가 저물어 우는, 감격스러운 감격시대



/外別/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