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에게 보내는 편지

너는 내 마음에 내리는 눈(雪)이야

by 양순길


동화 속 그림처럼 예쁜 재이!


태어나 줘서 고맙구나. 건강하게 자라다오

푸르름이 더해가는 6월의 어느 날 오후, 따사로운 햇살 속에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님을 바라보니 네가 더 보고 싶구나. 오늘도 마음에 끌리는 꽃과 눈을 마주하며 날로 커가는 네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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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네가 세상에 온 지 7개월이 넘었구나. 할배는 고이고이 네 사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오늘도 변함없이 네 엄마가 보내주는 너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예뻐, 예뻐' 혼자 중얼거리며 꿈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꿈나라에서도 너를 보고 싶은 게 요즘 할배의 마음이다. 그동안 너의 다양한 포즈를 취한 사진으로 대리만족하고 있지만, 요즘은 너의 실물이 더 보고 싶은데 어쩌지. 너는 이제 할미, 할배에게 삶에 빛을 더하는 아주 중요한 존재이다. 너는 내 안에 꽃밭을 만드는 꽃이고 생각만 해도 내 안에 향기가 난다. 오늘도 한줄기 노래가 되어 너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구나. 넌 진짜 우리 가족의 기쁨이야. 할미, 할배는 자고 일어나면 너의 하루하루가 궁금하다고 난리 난리다, 이 궁금증은 금년 10월 말경 다소 해소되겠지만, 만나면 헤어져야 한다는 회자정리라는 말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구나. 꼭꼭 숨겨놓고 혼자서만 바라보고 싶을 만큼 예쁜 재이! 이 할배는 메아리 없는 그리움에 지쳐가고 있단다. 요즘 이유식 먹기가 힘들지. 이유식도 잘 먹고 잠도 더 많이 자야 하는데 아직 이유식에 적응이 안돼 안쓰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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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 할배가 사는 양평은 꽃, 풀, 나무, 벌레와 곤충, 동물들이 어울려 사는 곳으로 자연만이 가진 숨어있는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란다. 기대해도 좋을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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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야! 네가 태어난 날 온 세상이 변했단다.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네 마음대로 선택하려무나. 살면서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으면 그것도 얘기하렴.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네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게, 할미, 할배가 옆에서 널 지켜주고 안내할 테니.

사랑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무조건 사랑이리라. 할미, 할배의 손녀 사랑, 그 사랑이 바로 조건 없는 사랑, 사랑을 퍼주고 또 퍼주고 싶은 사랑이 아닐까? 누군가 곁에 있어 주기만 해도 위로될 때가 있는데, 네가 태어나고 할미, 할배는 삶의 행복이 두 배로 늘어났단다.

재이 돌잔치는 한국에서 할미, 할배와 같이 하자구나. 금년 10월 말경, 너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별 지루함이 없이 너를 기다릴 수가 있게 되어 정말 행복하다.

네가 가는 인생에는 꽃길만이 펼쳐지기를 바라는 할미, 할배가 마음의 글을 보낸다.

네가 훗날 할미, 할배의 애틋한 사랑을 생각하며 보고 싶을 때 읽었으면 좋겠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초여름 어느 날 오후

노을빛 청춘을 담는 할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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