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빙하트레킹] 길 없는 길 위에서 - 10

캉라 트레킹을 마치고 푹탈 곰파에 방문하다.

by 메이슌



걸음을 재촉해 문명으로 향했다. 삶의 소리가 북적이는 곳까지는 아직 18킬로미터가 남아 있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 언제나 마음이 가볍다.


중간중간 300미터 수직으로 떨어지는 절벽도 있었지만, 고소공포증에 쓸 에너지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심지어 갓 찍힌 선명한 곰 발자국을 발견하기도 했다. 근처 어딘가에 곰이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럼에도 나는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내려가 제대로 씻고,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은 마음이 더 절실했기 때문이다.


오프트레일이었던 이번 캉라 트레킹이 마치는 지점은 다소 뜬금없었다. 100미터 정도 수직으로 하강하면, 파둠과 다르차를 잇는 고속도로 위로 떨어진다. 개통된 지 고작 2년, 인도답지 않게 말끔한 아스팔트였다. 그 길 위가, 고된 여정의 마침표였다.


캉라 트레킹의 마침표 : 고속도로 위로 수직하강




근방에 유명한 사원, 푹탈 곰파를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자줏빛과 주홍빛이 스며든 깎아지른 바위 절벽을 따라 청록색 물이 흐르는 강을 따라 4킬로미터쯤 걸어가면 푹탈 곰파가 모습을 드러낸다.


잔스카르 계곡 깊은 곳에 자리한 푹탈 곰파는 티베트어로 ‘해탈의 동굴’이라는 의미다. 이 곰파에 중심에는 2천 년 전부터 수행자들이 명상을 이어온 동굴이 자리잡고 있다.


아직 차가 다니지 않는 몇 안되는 곰파 중 하나이자, 험한 절벽을 지나 두 발로만 다다를 수 있기 때문에 푹탈 곰파는 은둔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푹탈 곰파 가기전에 잠시 머무른 홈스테이 아침. 야크 우유로 만든 신선한 커드(요구르트)가 너무 맛있었다.


이번 9박 10일의 여정은 우연처럼 시작과 끝이 모두 곰파에서 맺어졌다.


출발의 곷상 곰파는 낯선 이에게 따뜻한 차를 내어주던 미소, 그리고 인간의 고독과 수행에 대해 속삭이던 라마의 목소리를 품고 있었다. 끝의 푹탈 곰파는 색채 속 침묵에 나를 쉬게 해주었다.


히말라야 산등성이로 이어진 시작과 끝의 원 안에서, 나는 빙하 위에서 두려움을 안고도 현재에 머무는 법을, 소박한 라면 국물에서 행복이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음을 배웠다. 잠시나마 자연의 자비를 빌려, 이 작은 인간의 삶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잔스카르 계곡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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