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예찬 : 산은, 나의 알아차림에 살포시 흩뿌린다.
산은 영겁의 시간을 지나 자신의 거처를 단단히 굳혔다. 나는 그 산을 똑바로 마주하고 싶었다. 산을 똑바로 바라보며, 짧은 인간의 생과 달리 영원처럼 느껴지는 그의 시간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러나 앞길에 대한 걱정과 지난간 일에 대한 기억, 끝없이 솟는 마음의 부산물들 속에서 산의 위엄은 흐려지고, 눈앞의 아름다움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가게 둔다.
산을 걷는다는 것은, 순수의 극치인 자연과 나 사이에 놓인 벽들을 분명히 드러내는 행위다. 산을 산으로 보지 못하고 저 먼 과거와 미래를 헤매는 나를 보며, 나는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살아왔는지 뼈저리게 느껴진다. 살아가면서 눈앞에 마주한 웅장한 현재에 온전히 살아있을 수 있는 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산은, 나의 알아차림에 살포시 흩뿌린다. 내가 삶 속에서 생생히 존재하는 것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하나씩 보여준다. 나는 이러한 산의 자비에 감탄한다. 산은 이 일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행한다. 고집불통인 인간에게 끊임없이 유하게, 우아하게 타이른다.
나는 그 태산의 지혜 앞에서 좁은 나의 세계를 버리고, 그 대신 산의 넓고 평이한 세계 좇아 나의 영혼을 놓아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