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실패, 그리고 나를 만든 선택들
- 프롤로그 -
1. 상하이에서의 1년 : 새로운 도전과 성장
2. 취업 준비의 민낯 : 자소서와 면접 이야기
3. 첫 회사, 국내 장비 엔지니어 생활의 시작
4. 외국계 기업으로의 도약 : 글로벌 커리어의 첫걸음
5. 반도체 분야, 어떻게 공부할까?
6. 돌아보며 : 회사 생활을 더 잘할 수 있었던 방법들, 그리고 나만의 길 찾기
지난주, 와이프랑 상하이 여행을 다녀왔다. 와이탄의 야경은 여전히 아름답고,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활기는 몇 년 전 그곳에서의 유학생활을 떠올리게 했다. 상하이는 내게 도피처 같은 곳이었다. 동시에 지금의 나를 만든 중요한 발판이 되어 준 곳이기도 하다.
2018년 2월, 중국에서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의 나는 마지막 학기와 취업 준비라는 현실에 마주해 있었다. 추운 겨울날, 현실은 더 추웠다. 더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학생으로 보낼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고 싶었다. 복지 좋고 연봉 높은, 남들이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밤늦게 커피를 마시며 자소서를 쓰고, 남은 과제들을 처리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뭐랄까, 쉽지 않은 시기였다.
나는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복수전공으로 국제경영학을 공부했었다. 돌이켜 보면, 공학과 경영학의 조합이 내게는 당시 꽤나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공학적 지식을 가진 CEO라니. 멋지지 않은가? 하지만 사실은, 차갑고 딱딱한 공학 공부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내 핑계였던 것 같다. 수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매일 공식 외우고 문제 풀던 시간들이 어느 순간 너무 답답했다. 반면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점점 커졌다. 그러다 보니 "경영학 공부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고, 결국 복수전공으로 이어졌다.
국제경영학을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해외 무역에 관심이 생겼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많은 중국인 유학생들을 만났다. 그들과 교류하면서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흥미가 생겼고, 어학연수를 결심하게 됐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후회는 없다. 그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생각을 나눌 수 있었고, 새로운 문화를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학생활의 어려움을 통해 스스로를 단단히 다지는 법을 배웠다.
그런 단단함을 안고 돌아왔지만, 취업 시장에서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래도 버티고 또 버텨서 지금은 외국계 반도체 장비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참 많은 것을 배웠고, 경험했고, 느꼈다. 나를 만들어 준 환경과 사람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얻은 깨달음들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이 정확하면 말이 정확해지고, 말이 정확하면 삶이 정확해진다.”
그 말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글로 적어 내 삶을 명확히 보고 싶었다. 내가 겪었던 경험과, 그 안에서 흘려보낼 수 있었던 지혜들을 공유하며 나 역시 다시금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내 글에서는 지난 7년간의 직장 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생활의 팁과 더불어 이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작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솔직히 말해, 하기 싫은 일을 돈을 벌기 위해 꾸준히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고, 나름 선배라는 이름으로 조언을 건넬 수 있는 위치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결국 직접 가보는 수밖에 없다. 갈림길에서의 고민과 선택이 결국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 과정이 내 인생의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