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보낸 1년은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시간이었다. 이 경험은 단지 중국어 실력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내적인 단단함과 자신감을 길러주었다. 이 글에서는 그때 겪었던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 한다.
중국 어학연수를 결심했을 때, 두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전혀 다른 환경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동시에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어떤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은 나를 상하이행 비행기로 이끌었다.
‘학생 신분으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자유’라는 생각도 있었다. 1년 동안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스스로 기대하며 설렘과 각오를 안고 떠났다.
어학원 첫날, 레벨 테스트로 반이 나뉘었다. 초급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높은 반에서 공부하고 싶어 준비해 간 중국어 문장들을 최대한 활용했다. "1년은 짧으니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덕분에 초급반 중에서도 상위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교실에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있었다.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그리고 한국 친구들까지. 이렇게 다채로운 사람들과 공부하는 환경은 신선했다. 매일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학교 카페에서 단어를 외우며 복습에 매달렸다. 주말에는 현지인 모임에 참여하며 중국어를 쓸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빠르게 늘지 않는 언어 실력에 좌절하기도 했다. "내가 부족한 걸까, 아니면 시간이 필요한 걸까?"라는 고민도 많았다. 방학 동안에도 상하이에 남아 더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방학이 되자 대부분의 유학생 친구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한국행 비행기표를 포기했다. 대신, 한인 교회를 통해 알게 된 부동산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첫날부터 난관이었다.
"중국 업체에 전화해서 방 정보 좀 물어봐 주세요."
내게 주어진 첫 업무였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었고, 머릿속으로 연습한 문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빠르게 쏟아내는 말을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결국 내뱉은 첫마디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인입니다.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상대방은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다. 사무실의 정적 속에서 나는 어찌나 부끄럽던지.
이 경험은 내게 전환점이 되었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매일 전화를 걸며 점점 자신감을 쌓을 수 있었다. “못 알아들으면 다시 물어보면 된다”는 마음으로 임하면서 업무와 언어 모두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몇 달 뒤에는 현장을 방문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2학기가 시작되었을 무렵, 내 중국어 실력과 자신감은 크게 나아져 있었다. 중국인 친구와 매일 어울리며 실력을 쌓아갔다. 단어가 부족해 대화가 막히거나 하루 종일 중국어를 쓰며 느끼는 피로감이 힘들 때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두 학기 모두 우등생 상을 받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학급 대표를 맡으면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더 활발히 교류할 기회도 생겼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 아프리카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친구, 북한에서 온 친구 등 그들과 나눈 대화는 내게 새로운 관점과 세상을 보여주었다.
상하이에서의 1년은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전, 좌절, 그리고 성장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일단 해보라.
어떤 선택이든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은 분명히 나만의 자산이 된다.
문제를 피해 가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혀라.
부딪히는 과정에서 비로소 자신감과 해결책이 생긴다.
세상은 내 생각보다 훨씬 넓다.
한 발짝 밖으로 나가보라. 가까운 곳이라도 좋다.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성장의 밑거름이 된 1년
상하이에서의 1년은 나를 많은 면에서 변화시켰다. 새로운 환경에서 얻은 자신감과 문제 해결 능력은 이후에도 큰 밑거름이 되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키운 소통 능력과 열린 마음은 취업 준비와 직장 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상하이에서의 시간을 마친 뒤, 나는 취업 준비라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어학연수와 인턴 경험을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내 이야기를 더욱 단단히 만들어 갔다.
첫 직장으로 국내 장비 엔지니어 일을 시작했을 때, 상하이에서 배운 도전정신은 새로운 업무 환경에서도 나를 이끌어 주었다. 이후 외국계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며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겠다는 꿈을 키워갔다.
돌아보면, 상하이에서의 경험은 나의 모든 도전과 배움의 출발점이었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더라도 이 경험들이 나를 지탱해 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