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의 시간, 어쩌면 내겐 외롭고 춥고 간절했던 시간들.
마지막 학기를 복학하며 느낀 감정은 간단히 표현하기 어려웠다. 이제는 졸업을 서두르고, 나의 다음 인생을 시작해야만 하는 시기였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 돈도 벌고, 연애도 하고, 차도 사고, 후배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마음껏 여행도 다니고 싶었다. 대학 시절 늘 부족했던 재정상태로 인해, 월급이 꽂히는 안정된 삶은 내게 나름 큰 목표가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연봉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돈 때문에 결정하지 말자" 다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대기업, 연봉 5천만 원 이상, 다양한 복지, 그리고 네임밸류까지 모두 갖춘 회사를 목표로 했다.
대학 시절, 근로장학금과 방학마다 했던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버텼다. 그런 내가 매달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을 받는 삶을 상상했을 때 느꼈던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목표가 결코 쉽지 않다는 건, 자소서를 쓰는 순간부터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자소서를 처음 써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자소서를 쓰는 일은 곧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때론 좌절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기업의 양식과 기준들에 맞춰 나의 경험을 정리하다 보면 "내가 그동안 뭘 했지? 해놓은 게 왜 이렇게 없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세상의 기준과 회사의 평가 기준이 곧 나 자신을 압박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창업에 관심이 많았고, 회사에 다니게 될 줄도 몰랐기에 미리 준비한 것도 없었다. 대학 시절 강연을 하러 오시는 기업 사장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창업의 꿈을 키웠던 터라,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안정된 길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내가 현실 속에서 회사에 다니는 길을 준비하며 자소서를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처럼 느껴졌다.
누구나 가슴 한편엔 꿈을 품고 살아간다. 자신의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상상하며, "이런 삶을 살아야지,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다짐을 해본 적 없던 사람이 있을까? 그 꿈은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이지만, 분명 우리를 설레게 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사실, 나의 꿈은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남들에게 좋은 영향력, 특히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것이다. 세상적으로 성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강연도 하고, 봉사도 하며, 경제적 자유를 누리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 그런 막연한 상상을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나는 왜 이렇게 막연하게 살아가는 걸까? 어쩌면 막연한 꿈 때문에 막연한 결정을 이어가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은 나를 깊이 돌아보게 했다. 꿈을 품고 산다는 건, 단순히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한 방향성을 찾는 과정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자소서 작성, 어떻게 접근했나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자소서를 잘 쓰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먼저 잘 쓴 자소서를 많이 읽고, 나만의 이야기를 녹여내는 것이다.
나는 '잡코리아', '사람인' 등의 채용 사이트에서 합격 자소서를 모두 찾아 읽었다. 주변 친구들과 선배들에게도 합격 자소서를 얻어 읽고, 내가 쓰고 싶은 방향성을 정했다. 그다음에는 내가 지원하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가치관을 파악하고, 나의 경험과 스토리를 거기에 맞춰 풀어내려 했다.
특히 '자소설닷컴'이라는 플랫폼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채용 중인 기업 목록과 자소서 질문, 마감 기한 등이 정리되어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내가 원하는 기업의 자소서를 바로 작성하고 수정해 나가며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다음으론 내가 쓴 자소서를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친구들, 이미 회사에 다니는 선배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보여주었다. 자연스럽게 읽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는지, 수정해야 할 점이 있는지를 물었다.
피드백을 통해 보완하고 수정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중요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고, 조금 더 매끄럽게 글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하나의 글이 완성되기까지는 정말 많은 노력과 디테일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많이들 아는 대기업(삼성전자, 하이닉스, 엘지 에너지솔루션 등) 서류에서 통과의 맛을 보았다.
자소서를 쓰는 중간에 배운 것들
자소서를 쓰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건강 관리와 불안한 마음이었다. 마지막 학기였던 나는 복수전공과목까지 포함해 22학점을 듣고 있었다. 과제와 시험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취업 준비는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밤마다 커피를 마셔가며 잠을 줄이고 시간을 확보하려 했지만,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쳐갔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내가 너무 미련했던 것 같다. 쉼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결과적으로 몸과 마음이 무너지니 의욕조차 사라졌다.
그 순간부터는 의도적으로 다른 환경을 찾아 나섰다. 교회 공동체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관점을 얻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생각을 전환한 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자소서가 더 잘 써졌다.
면접. 취업에서 나름 최종 관문이자 꽃. 나의 특별한 에피소드와 첫 회사에 입사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취준 첫 학기, 나름 서류는 꾸준히 합격했는데 면접은 정말 아니었다. 여러 기업의 면접을 봤지만, 최종 면접에서 대부분 떨어졌다. 왜 그랬을까 돌아보면, 간절함도 부족했고 준비도 덜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탈락 소식에 마음이 아팠지만, 계속 반복되다 보니 나중에는 감정이 무뎌지더라. 그렇게 학기가 끝나갈 즈음엔 탈락해도 별로 상처받지 않는 내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나는 면접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었던 것 같고, 약간의 거만함과 안일함이 쌓여 결국 "탈락"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던 것 같다.
그 무렵, 학교에서 한 회사가 대졸 공채 채용 박람회를 열었다. 별다른 기대 없이 이전에 작성했던 자기소개서를 조금 수정해 제출했다. 그런데 2주 후, 서류 합격 소식이 들려왔고, 큰 기대 없이 응시했던 인적성 검사도 통과했다.
이후 면접은 총 두 번이었다. 여전히 기대하지 않고 “안 되면 다음 학기에 다시 도전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다. 마음을 비운 덕분인지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자신감 있는 태도가 면접관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었다. 특히, 자신이 해온 일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했고, 중국어 실력을 적극적으로 보여준 것이 좋은 평가로 이어졌던 것 같다.
예상치 못한 변수와 도움
첫 면접을 잘 마쳤지만, 2차 면접은 출석이 어려울 뻔했다. 당시 중소기업연수원의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었는데, 모든 연수가 끝난 뒤 해외로 출국하는 날이 바로 2차 면접일이었다. 면접과 해외 연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수원 측에 솔직하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출국하는 날 최종 면접이 잡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연수원 측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축하합니다! 그럼 면접을 보러 가야죠. 비행기표 시간대를 변경해 줄 테니 면접을 잘 보고 늦게라도 오세요.” 그 말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면접 준비를 마친 후 캐리어를 끌고 안산에서 강남까지 이동했다.
지하철에서 끙끙대며 캐리어를 끌고 면접장에 도착했을 때, 1차 면접에서 나를 좋게 봤던 상무님을 우연히 마주쳤다. 상무님은 엘리베이터에서 나를 격려하며 "잘 될 테니 걱정 말고 면접 잘 보고 오라"고 말했다.
면접 후 이어진 꿈같은 하루
2차 면접을 무사히 마치고, 곧장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정장을 입은 채 공항에 도착하니 출장이라도 떠나는 기분이었다. 항공권을 발급받는 자리에서 직원이 말했다. “비행기 티켓값이 비싸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해드릴게요.”
모든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비즈니스석에서 대한항공 라면을 먹으며 새로운 경험을 만끽했다. 이 모든 순간이 나를 위해 준비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상태로 해외 탐방을 다녀왔다.
해외에서 돌아온 날, 최종 면접 결과가 나왔고 합격 소식을 들었다. 타이밍이 아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때의 기분은 마치 모든 것이 나에게 맞추어져 돌아가는구나라고 생각되었다. 그렇게 첫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고, 한 달 뒤 신입 연수를 시작하며 회사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마지막 학기는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준비된 노력과 예상치 못한 기회가 적절한 타이밍에 맞아떨어지며 좋은 결과를 낳았다. 다음에는 첫 회사 생활에서 있었던 다양한 경험과 에피소드를 공유해 보겠다. 이렇게 나의 첫 회사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취업 준비는 정말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졌지만, 결국 그 모든 시간이 나를 성장시킨 것 같다.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하면서 수없이 실패하고 좌절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다. 실패가 계속될수록 '괜찮아, 이건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였고, 결국 그런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이 단순히 직장을 구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나의 강점과 약점,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좋은 기회였다. 취업 준비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며, 이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길이 열리기도 하고,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시기가 될 거라 확신한다.
결론적으론, "자신을 믿고, 준비된 만큼 기회는 찾아온다"라는 것은 팩트인 것 같다. 뭐가 됐든 고민하고 씨름하는 그 모든 과정이 나의 피가 되고 살이 되기에, 어떤 길을 가든, 그 길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해 본다.
곧 크리스마스이기에,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