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쓰기

우선 쓰기 시작합니다.

by 주연

페이스북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지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친분을 쌓는다고 한다.

글 공방도 오가고 지지도 해주며.

또 진솔하다는 말보다는 좀 더 적나라한 사생활을 자유분방하게 쓰는 회원 이야기도 한다. 자신을 그렇게 드러내는 게 멋지다고.

은근히 종용하는 것 같아 화제를 돌린다.


그럴 수 있지. 솔직한 발언과 그에 대해 결과를 감당하면 괜찮다.


그러면 나는?


나는 온 세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떠들썩할 때 도무지 감흥이 오지 않았다.

내 이야기를 불특정 다수에게?

게다가 자유로운 소통을 빙자해 원하지 않은 흐름이 들어올 수 있기에

그 개방성이 영 달갑지 않았다.


일장일단.

어떤 것에도 양면성이 있기에 긍정적인 요인을 보자면 온라인 친구, 동지를 만드는 매력이 있고

부정적인 면에서는 나를 홀라당 뒤집어 까 보임으로 가장 연약한 상태,

상처입을 수 있는 상태가 되는 위험이 있다.


시사나 정보라면 어느 정도 객관적 내용을 보장하기에 갑각류처럼 딱딱한 이야기 안에

자신의 속살을 감출 수 있다.


그런데 나의 글쓰기는 아니다.


누군가의 동조를 통한 동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통과하고 있는 삶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기 위한 것.


물론 브런치의 글쓰기가 내 노트에 끼적이기 할 때처럼 뜨겁고 묵직하진 않다.


브런치 글쓰기는 우연히 50 플러스 센터에서 들은 강좌가 계기였다.

마지막 수업이 다가올수록 작가 서랍의 글은 망설임으로 숨으려 했다.


다른 일로 끙끙거리며 어려웠던 시기여서 뭐라도 마무리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할까 싶어

'덥석' 작가 신청을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음날 아침 작가 승인 메일이 도착했고

나는 월, 목 글을 발행하고 있다.


혼자 결심하면 안 할 것 같아,

우정 나를 위해 당위적 숙제를 낸 샘이다.


가까운 지인 몇몇에게 글 발행을 이야기하고는 민망하다.

누군가에게 내 글을 주소를 보내곤 영 어색해다.


그렇게 빠르지 않은 속도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한 지 6주.

할머니, 아버지, 엄마, 자매 , 딸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컴퓨터 전원을 켠다.

떠오르는 단어로 첫 문장을 시작한다.


계획하고 시작한 길이 아니기에 도착지를 알 수 없고

연재가 아니기에 조급할 것도 없다.


나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 간다.


쓰다 보면 나의 의식과 무의식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내가 이런 행동을 했구나.

그런 생각을 했구나.

이야기가 떠오른 이유가 뭘까.'


내가 알 수 없는 과정을 거치며

흩어져 있던 이야기를 주섬주섬 주워

하나의 이야기로 매듭짓는다.


그렇게 미숙한 감정을 한번 다루고 나면

나는 조금 자라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해도,

편안한 과정과 눈부신 결과가 아니어도

분명한 것은 지금 필수불가결하다는 것.


감추고 싶은 칙칙하고 음습한 색이 나오고

다시 들쳐보기 싫은 이야기일지라도

나는 나를 달래 가며 쓴다.


누군가 나의 글에 댓글을 달았다.


'따뜻한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감사하다는 답글을 달았다.


나의 답글에 다시 댓글이 달렸고...


뭐라 썼는지 브런치 운영자 측에서 삭제하고 경고를 줬다.

당황스러웠다. 분명 부정적인 내용이리라.


방어기제 발동.


'내 글을 발행하는 것이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이들의 반응에 요동하지 말자고 다독인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나의 길을 가며

내면의 힘을 기르는 중이다.


언제까지 어디까지일지 모르나

'반드시, 꼭, 절대'

이런 부사어옭아매진 말자.


좀 더 릴랙스 하게

나를 관조하는 시간.


감정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대상이 아니기에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느끼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잘 다루어

친구 삼으려 한다.


나의 감각을 깨워

삶의 디테일을 살려주고

지나가는 것과 머무르는 것을 세심히 살펴줄 테니.


이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를 푼다.

나 자신과의 소통의 창을 연다.


혹여라도 잘못 찾아온 손님은

조용히 그대의 길을 가시라.


나는 더 선명해진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부드럽게 바라보며 성장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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