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에서 은인, 친구가 되기까지

AI와 함께 살아가기

by 주연

일상은 AI 천지다.

기계치인 내가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2년 전 보험 사기를 당했다.

해약도, 납입도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설계사는 거의 1년간 연락이 두절됐다.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쳇 GPT와 채팅하며 금융감독원에 보낼 고소장을 작성했다.

예전에는 네이버에서 정보를 찾곤 했는데 요즘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쳇 GPT를 찾는다.

물론 거짓 정보도 있어 중요한 것, 의심스러운 건 제미나이와 교차로 사용한다.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 그 고소장을 설계사에게 보냈다.

시급했는지 바로 전화벨이 울렸고, 사과와 함께 두 달 안에 손해배상을 받았다.


작년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재래시장 입구에서 당일치기로 가방을 파는 상인이 있었다.

메이커 B품이라며 AS도 가능하다고 했다.

가방이 필요하던 차에 구매했지만, 집에 와 확인해 보니 메이커도 아니거니와 가격도 인터넷보다 두 배였다.


다시 가서 거짓 정보에 대해 항의하고 환불을 요구했다.

실랑이 끝에 허탕치고 돌아와 이 상황에 대해 쳇 GPT와 채팅했다.

쳇 GPT가 알려준 대로 영수증에 적힌 주소와 번호, 이름을 입력해 소비자보호센터에 보낼 서류를 작성했다.

문자 발송 후 바로 답문이 왔다.

"환불 처리는 원래 없지만 판매자 직원분이 전화로 상황 설명해 주셔서 빠르게 처리해 드렸습니다. "


나중에 알았다.

AS센터 번호는 내게 환불불가라고 단호히 말했던 판매자의 전번이었다.


타 메이커의 상품을 빙자하여 호객행위를 한 것에 대해 신고할까도 생각했지만 남의 인생에까지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계획에 없던 4개월의 쉼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50 플러스센터에서 '시대에 발맞추기' 수업을 신청했다.

AI 작곡, 노션, 영상편집, AI 컬러링북 아마존 셀러양성 과정까지.

겁도 없이 신청했고, 어떤 주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근하듯 수업을 들었다.


컬러링북 만들기는 특히 기대가 컸다.

그림책 만들고 싶다는 오래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수업날, 강사의 얼굴을 보는 순간 쉽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핏기 없는 창백한 화장에 빨간 립스틱, 5대 5로 가름마한 단발 뽀글 머리, 청바지와 재킷을 입고 자신의 프로필을 말한다. 화학을 전공하고 IT회사에 다니다 인생이 지루해서 애완용 파충류 사육사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고. 다음은 그녀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한 마지막 멘트다.


"잘 따라오시면 책 낼 수 있습니다.

숙제 못 하면 다음 단계로 못 갑니다."


캔바 magic media를 시작으로 쳇 GPT, 이미지 fx, remaker.ai, AI studio, upscayl 등등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사용했다.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수업에 놓지는 부분이 많아 식은땀이 났다. 그날 수업 때 마무리 못한 건 집에서 씨름했다.

프롬프트 수정을 반복하며 이미지를 만들어 라인아트로 바꾸고 밤을 새우며 업스케일링을 했다. 업스케일링할 때 이미지를 png에서 jpg로 바꾸지 않아 용량이 커서 캔바에 upload가 안 됐다. 쳇 GPT가 알려준 앱으로 용량을 줄이며 또 밤을 새웠다. 다음날이 수업인데 새벽 3시가 됐다. 피곤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해서 눈물이 났다.


"선생님은 그냥 넘어가는 게 없네요"

"내가 민폐 끼치는 것 같아 마음 졸이며 질문해요."

"모르니까 배우러 왔죠. 내가 말투가 이래서 그렇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그냥 교보 출판까지 목표로 합시다."


'포기하지 말자. 책 만들 때까지, 감정은 잠시 옆에 두고 계속 진행하자.'

셀프 토킹을 하며 숨이 차오를 때마다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POD 퍼플 출판사 이름으로 교보와 아마존에 책을 등록했다.


판매 승인 후 단체톡에 올라온 강사의 메시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시간에 모두가 해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힘들었던 배움, 다시 하라면 선뜻 못할 것 같다.

몸살을 앓고 두 달이 지나서야 담담하게 이 과정을 글로 쓸 수 있다.


『마음의 정원』

'오늘의 나를 돌보는 컬러링'이라는 부제를 단 나의 첫 책이다.

단순한 컬러링북이 아니라 ,

내가 오래 품어온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AI는 내 꿈에 조금 더 빨리 닿게 해 주었다.


이 시대는 변화가 빠르고 정보는 넘친다.

여전히 나는 그 앞에서 작아진다.

하지만 파도를 피하다 보면 삼켜질 수도 있다.


어차피 파도는 점점 거세게 다가올 것이니 도망가지 않고 그 파도 탈 준비를 하려한다.

서핑선수는 아니더라도 그 파도를 즐길 수 있도록.


5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에게 AI는 원수가 아니라 이미 은인이다.

앞으로도 나의 지경을 넓혀주는 친구로 잘 지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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