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 Jul 03. 2024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특가세일?? ㅎㅎㅎ

우리 동네 대형마트에서는 매일 아침 9시가 되면 '오늘의 행사'란 이름으로 홍보전단을 톡으로 보내온다. 매일 아침 한숨 돌리고 나면 그 특가 품목을 확인하고, 퇴근길에, 혹은 주말에 알차게 장을 보곤 한다. 그중에 내가 유독 눈독을 들이는 건 김치꺼리다. 벼루고 벼루다 이젠 마지막이다 싶게 가격이 훅 내려가면, '이제 준비 됐다'는 맘으로 김치거리 쇼핑에 들어간다.


나의 이 오랜 습관은 초보주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제철 김치거리가 미안하리만치 가격이 떨어지면, '영 못 먹겠으면 버리면 되지'하는 맘으로 각종 김치 담그기에 도전장을 내밀곤 했다. 연습 삼아서 말이다. 그래 그런지, 지금도 그 버릇이 몸에 밴 탓인지 금치다 뭐다 하고 각종 김치거리 가격이 고공행진 할 땐 꿈쩍도 안 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특가 세일이 몇 차례 있었음에도, 꿈쩍도 안 하고 미루고 미루다 이번엔 마음이 동해서 배추 3통 한 망에 8천원이 안 되는 가격에 집으로 들였다. 살짝 절여서 겉절이 김치를 맛깔나게 담궈 맛보고 싶어서 말이다.


3통에 만몇천원만 했어도, 이리 살피고, 저리 살피고, 무게도 들어보며 한 망 고르는 데도 공을 상당히 들였을 텐데..... 너무 저렴해서 많은 배추망들을 뒤적거리며 고르기가 민망스러웠다. 그래서 맨 위에 것을 순서대로 그대로 들고 왔다. 그러나 역시나 나의 선택은 폭망이었다.

민망해도 평소처럼 꼼꼼하게 나의 식자재 고르기 신공을 발휘해야 했다.

배추 세 통을 다듬어 놓고 보니 고개가 갸윳해졌다. 고약한 달팽이 녀석 짓인지 배추 한 통은 저 깊은 속살까지 파먹고 들어가 무르고 썩어서 다듬고 보니 알배기 배추 한알보다 작았다. 마트로 가서 사정얘기를 하고, 하나 바꿔와야 하나하고 고민도 했지만,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지 싶어 맘을 접었다. 귀찮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배추를 사 와서 다듬고 절이고 씻어서 배추겉절이 김치를 담았다.


먹기 좋게 쓱쓱 자른 배추를 간간한 소금물에 절여 숨을 죽인 다음,

깨끗하게 두세 번 씻어 소금물을 씻어내고,

물기가 쪽 빠지게 소쿠리에 건져놨다가,

김치양념에 쓱쓱 버무려주면 빠알갛게 먹음직스러운 겉절이 김치가 완성된다.

태양초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설탕, 액젓, 새우젓 양념은 그 정도면 족하다.

양파가 제철을 맞이했으니,

가늘게 채 썰어 듬뿍 넣고,

세일가에 저렴하게 산 부추도 한 줌 깨끗이 씻어  넉넉히 넣는다. 설탕양을 줄이고, 작년에 만들어 사과청으로 단맛을 더하니, 김치에서 사과향이 향긋하게 퐁퐁 피어오를 같은 착각이 인다. 


빛깔도 예쁘고, 맛은 더 상큼한 배추겉절이 김치가 완성되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일 지경이다. 약간 심심한 간은 굵은소금과 액젓을 살짝 더해서 간간하게 맞췄다.


칼국수 한 그릇 푸짐하게 끓여서 그 면위에 쓰윽 얹어 먹고 싶다. ㅎㅎ

빛깔 참 곱다. 하~


작은 통에 나눠서 두통을 만들었다. 한통은 누구거냐구요?

다 주인이 있습니다요. 이렇게 내 손맛으로 내가 만든 음식을 선물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죠.

선물용 겉절이김치엔 액젓을 다소 넉넉히 넣어 감칠맛을 더했으니, 아마....!! ㅎㅎ



2024년 07월 03일 수요일  장마가 시작되는 즈음에 겉절이김치에 침이 골딱꼴딱 넘어가는......늘봄 쓰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곡밥과 묵은나물비빔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