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강원도 감자바위?로 통하는 형부가 포근포근하게 맛있는 춘천산 감자를 보내주시고, 엄마는 시중에서는 쉬이 보기도 힘들던 자색감자를 사서 한 박스씩 보내주시곤 하셨다. 이웃에 사는 친구들도 주말 농장에서 수확했다며 검은 봉다리 가득 감자를 건네주곤 했다. 모두들 식구가 많으니, 두고두고 많이 먹으라는 덕담과 함께 말이다.
엄마가 보내주시던 자색감자를 구경하지 못하게 된 건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형부가 보내주시는 감자택배는 매년 현재진행 중이다. 올해도 역시 상자 가득 감자 한 박스가 저 멀리 춘천에서 왔다. 올해는 형님이 친정에 갔다가 동생이 줬다며 10kg이 넘는 감자를 전해주고 가셨다. 그 덕에 지금 우리 집은 하지감자 호사를 누리고 있다.
매년 감자를 수확하는 6월 중 하순경부터 집에 넉넉하게 준비돼 있는 식재료 중 하나가 감자다.
그런 연유로 이때쯤부터는 된장찌개에도, 북엇국에도, 돼지고기고추장찌개에도 무 대신, 넘쳐나는 감자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때론 미역국에도 소고기 대신 감자를 넣어 그 색다른 조합의 맛도 보게 된다.
감자를 수확하는 시기가 하지즈음이라 붙여진 감자의 별칭! "하지감자"는 왠지 이즈음에는 꼭 그렇게 불러야 감자보다 특별하게 더 맛날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요 이름에 힘을 주어 본다.
보통 감자는 굵게 덤벙덤벙하게 썰어 기름에 튀기거나, 에어 프라이어에 구워서 먹으면 최고다. 케첩에 찍어먹으면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간식이다. 흔히 웨지감자라고 하는 그 감자요리 말이다.
웨지감자는 껍질째 해야 보기에도 맛스럽긴 한데, 나는 보통 우리 아이들의 입맛을 고려해 껍질을 깨끗이 벗겨서 만들곤 한다. 기름에 혹은 에어프라이어에 잘 구워서 가는소금과 후추를 뿌려 마무리한다. 때론 꿀에 달콤하게 굴려 뽀얀 아몬드 가루를 뿌려 고소함을 더하기도 하고 말이다.
기름에 튀긴 웨지감자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웨지감자
웨지감자는 그 굵기가 제법 굵어야 제맛이 난다. 그래서 굽거나 튀길 때 제법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감자를 튀기거나 구울 때 시간을 좀 절약하려면, 자를 때 그 굵기를 조절하면, 만드는 시간도 굵기에 따라 요령껏 조절할 수 있다.
기름에 노릇노릇 튀긴 감자튀김
기름에 튀길 땐, 전분 때문에 서로 엉겨 붙게 되기 때문에 찬물에 한번 쓱 씻어 전분을 제거하고, 물기를 없앤 다음에 튀겨야 한다. 처음부터 감자에 기름을 넉넉히 부어서 함께 온도를 올려야 한다.
보통 튀김 요리는 온도를 170~80도씩 올려 튀겨내야 재료가 기름을 덜먹고, 바싹한데, 감자를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그 자체로 튀길 때 그렇게 했다간 뜨거운 기름이 분수처럼 솟구치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어쨌든 요즘엔 그런 수고스러움 덜어주는 에어프라이어 같은 좋은 기계들 덕분에 손이 쉬워지긴 했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자요리는 설탕물을 진하게 만들어 그 속에 알감자를 퐁당 넣고, 조리듯이 찐 감자이다. 설탕물 가득 머금은, 포실포실하게 잘 익은 찐 감자를 금방 꺼내 먹으면......ㅎㅎ
거기다 버터를 녹여 살짝 굴려주면, 속살 가득 달콤함을 품은 버터구이 감자가 되는 것이다.
아!
내가 이렇게 감자 이야기를 꺼낸 건 요즘 우리 집에서 아침 식사 대용으로 종종 잘 활용하고 있는 감잣국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아침 7시가 조금 지나면 아침식사를 하는 우리 집 부지런쟁이 둘째, 셋째가 너무 이른 탓에 입안이 껄껄할 만도 한데, 이 감잣국을 대령해 주면 군소리 없이 아주 잘 먹는다. 게다가 함께 담아주는 밥은 한 숟가락조차도 안 먹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끼 식사로 전혀 아쉬움이 없다.
더 매력적인 건 거짓말 좀 보태면 라면 하나 딱 끓일 시간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사실!
한번 만들어 볼까요?
재료는 집 냉장고가 허락하는 대로.
감자, 양파, 달걀, 북어포나 두부 정도!
일단 감잣국의 완성 시간은 감자를 어떤 굵기로 써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감자만 익으면 완성이니까.
먼저 감자를 깍둑 썰어서 넉넉히 준비한다. 양파도 같은 크기로 깍둑 썰어준다.
두부도 넣고 싶다면 같은 크기로.
각자 취향껏 더 넣고 싶은 식재료가 있으면 넣으면 된다.
계란은 두 알 정도 볼에 잘 풀어서 준비한 다음 북어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계란물에 담가둔다.
맹물도 좋고, 더 맛나게 먹고 싶다면, 다시마육수나 멸치육수를 활용하면 된다.
필요한 양만큼의 물이나 육수를 냄비에 넣고, 깍둑 썰어둔 재료들을 함께 넣어 재료가 다 익을 때까지 끓인다.
다 익었다 싶으면 마지막으로 계란물에 넣어 충분히 불려둔 북어포를 넣는다. 북어포에 묻은 계란물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면 남은 계란물을 냄비에 동글게 원을 그리듯 따라준다. 순식간에 계란물이 냄비 위로 떠오를 것이다. 이때 파릇하게 송송 썬 파를 올리거나, 파릇한 부추를 올려서 마무리하면 색깔마저 싱그러운 감잣국이 완성된다.
간은 소금이나 간장으로 취향껏 하시라.
이번 나의 감잣국은 부추로 파릇함을 살렸건만 순식간에,
아차 하는 순간에 기대했던 색감은 저만치.......
역시나 음식의 색감을 살리는대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자! 구수하고, 담백한 감잣국 한그릇이 완성되었다.
제철을 맞은 감자가 풍성한 요즘!
요렇게 간단하게 아침식사에 곁들이면,
아니 이 한 그릇만으로도 한 끼 식사를 가볍게 해결할 수 있는,
그래도 좋겠다 싶어 감잣국 한 그릇 끓여서 대접해 봅니다.
보글보글 감잣국
맛이요?
먹기 직전에 참기름 한방물 또르르 떨어뜨려 먹으면, 기가 막히게 구수하고 든든한 한 그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