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7월 11일 오후 12시 50분!
나의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오늘 있을 오후 1시 상담을 잊지않기 위해 몇주전에 맞춰둔 것이다.
액정화면에 발신자의 이름이 뜨고, 난 살짝 긴장이 된다.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고교 3년생인 울 둘째 담임 선생님과 진학관련 비대면 첫 유선상담이 시작되었다.
선생님의 밝고 환한, 거기다 통통튀는 매력적인 목소리에 일단 마음의 부담이 사르르 녹는다.
먼저 선생님께 근무중에는 통화를 편하게 할수없어 부득이 하게 점심시간으로 잡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선생님께서는 괜찮다시며, 통화중에 준비한 자료를 메세지로 보내주신다.
그리고 자료를 보시면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시면 되겠다고 팁까지 주신다. 참 세심하고, 친절하시다.
과목별 고교내신 등급과 지난 6월 모의고사 과목별 등급을 잘 정리하셨다.
우리 아들이 희망하는 대학과 학과, 그리고 실재 지원가능한 수시, 정시 대학을 그 성적을 적용해 개략적으로 뽑아 나열하셨다. 반 아이들과는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진학관련 상담은 모의고사 시험결과가 나오는대로 수시로 하고 계신단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눈으로 확인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결과였다.
일단 내신보다 수능모의고사 성격이 조금 나으니, 수시로 지원가능한 6개중 원하는 학교, 과에 일부 상향지원하고, 총 3개 지원할 수 있는 정시원서는 신중하게 합격 가능한 대학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수시에 붙으면 대박이고, 이 정도 성적으로 재수한다고 해도 사실 마법같은 성적 향상은 힘들고 대부분 현역때보다 못한 점수가 나온다고 귀띰해 주셨다. 경력 12년차! 그간 지켜봐온 아이들의 성과가 그렇더라고 덧붙이셨다.
아이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아직도 이상은 높고, 현실인식은 터무니없이 낮단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선 상담을 통해 아이들이 현실감있게 눈높이를 낮출수 있도록 거기에 촛점을 맞추어 지도하고 있다고 농담도 하셨다. 여름방학이 바로 코앞이니, 시간이 얼마남진 않았다고.
수험생 모두 꿈이야 서울에서 힘찬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싶을 것이다.
"엄마! 성적표 보시면 엄청 화나실것 같으니까 앞으로 성적은 안보여드릴께요" 3학년이 되서 치른 첫 모의고사 후에 넌지시 농담처럼 진담처럼 던진 그 말이 이 엄마의 정신건강을 위한 나름의 배려였나 보다.
선생님께서는 3학년이 되서 나름 공부에도 집중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교우 관계도 좋고, 수업 태도도 좋고.
정말 신경 쓸 것 없이 참 괜찮은 친군데, 지금 수능이 120여일 밖에 안남은 상황에서 성적이 많~~이 아쉽다고 하신다.
본인도 나름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제자리라 내심 답답해 한다. 자기는 머리가 진짜 나쁜 것 같다는 소리를 핑계삼아 한다. 그런 아들에게 나도 딱히 할말이 없어진다.
아들아? 진짜 공부 하고 있는 거 맞지?
일년전만 해도, 다른 애들 공부할때 너는 게임 실컷하고 편안하게 놀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죽을 힘을 다해 달려도 따라잡기는 커녕 따라가기도 힘들것이다. 그러니 욕심 내지 말고, 지금 그 마음으로 너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가자고 당부하곤 했다. 아직도 공부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라고. 내신은 접었으니 몇과목 안되는 수능과목은 지금해도 충분하다고. 학교공부가 모두 수능대비 수업이니, 수업시간에 딴 생각말고 집중하라고. 그런 엄마의 교과서 같은 잔소리도 들어줄 만큼 철이 들었다. 학습에 게으름 피우며, 나태했던 지나간 방황의 시간을 이쉬워한다. 고교 진학후 매번 시험이 끝나고 나면, 공부를 못해서 죄송하다고 했던 녀석이다.
간혹 본인이 정말 답답할땐 예전에 강제로라도 공부좀 시키지 그랬냐고 하소연하곤 했다. 얼마나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저런 생각까지 들었을까? 내심 그런 맘까지 든 우리 아들의 깊은 속내가 안타깝게 또 불쌍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본인도 오죽 답답하면 저럴까 싶어서 말이다.
우리 아들은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학습을 하고 있는가 보다. 기초 실력이 많이 부족하여 그 틈을 메꿔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사춘기를 핑계삼아 학습에 등한시 할때, 잘 다독여 강제로라도 사교육을 시켜가며 기초라도 닦을 수 있게 끌어가야 했었나?
아들의 성적표를 보고, 엄마인 내가 더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아침 7시40분에 집을 나가서 10시까지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귀가하면 밤 10시 반이다. 피곤할텐데 불안함에 잠도 미루고 인강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토요일에도 9시에 등교해서 5시까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마치고 온다. 주6일의 강행군! 그 많은 시간을 공부부담을 안고 지내고 있다.
어쩔땐 이해가 안간다. 저렇게 공부하겠다는 마음은 앞서는데, 공부한 흔적을 몰래 뒤적거려보면, 답답하다. "도대체 너는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냐?"고 묻고 싶다.
요새는 인강 교재도 훌륭하고, 또 귀에 쏙쏙 박히게 설명을 그리 잘하는 일타 강사들의 수업을 들으면서도 왜?라는 의문이 든다. 눈으로만 보고 귀로만 듣는 남의 공부를 하고 있어서 그런가?
아들을 보면서 답답함이 몰려올때마다, 그 보다 더 큰 무게감으로 내 가슴은 미안함으로 가득 찬다. 사교육 시장과 담 쌓고, 공부 안하는 아들을 핑계 삼아 너무 무책임하게 아이를 방치한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뒤늦게 철들어 공부해보겠다고 의욕을 태우는 아들이 어떻게 공부해야 될지 몰라 헤맬때, 내가 정작 해줄 수있는 게, 도움을 줄 수 있는게 없다는 현실이 답답하다.
등을 토닥이며, 말로 하는 위로와 격려 그리고 든든한 한끼 챙기기가 고작이다.
이 세상엔 죽었다 깨나도 다른 사람이 대신 해줄 수 없는 게 있다. 많기야 많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으로 두가지만 고르라 한다면 나의 선택은 바로 이거다. 다들 공감하겠지만.
첫번째 건강! 본인의 건강을 지키는 일!
두번째 공부! 자식을 대신해 부모가 대신 공부해줄 수 없는 법.
내가 한 운동이 너의 뱃살을 줄여줄 수 없고,
내가 얻은 지식이 너의 머리속에 쌓일 리는 없는 법이다.
열가지, 백가지, 천가지, 만가지 비법과 전략을 얻어 듣는다한들 나의 실천이 없으면, 모두 무용지물이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3년 세월이 금방이다.
아들아!
너의 그 시계같이 일상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 그리고 실천력이라면, 공부 좀 못해도 엄마는 항상 맘속에 기대가 샘솟는다.
"요 녀석! 저런 자세라면 뭐가 돼도 될 놈이다."
알았지? 너는 뭐가 돼도 될 놈이다.
뭐가 될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아보자.
그래도 고3이니까, 지금은 무엇보다 공부에 최선을 다하는 너이기를 응원하마.
힘내라! 우리 아들~~~~ 엄마가 있다!
대한민국 고3 수험생 모두! 힘내라~
너희들이 꿈꾼다면, 어디든 그 길은 항상 열려있을 것이다.
아자아자! 화이팅~~
재건축으로 다시 태어날 우리 아들 학교 올 년말이면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된다.
2024년 07월 11일 목요일
고3아들 첫 진학 상담!
아들의 공부법에 의문이 일면서 한껏 미안한 맘에, 아들이 측은해진 엄마.........늘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