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일주일에 한두번 울릴까 말까하는 우리집 거실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린다.
이른 새벽부터 드라이브 삼아 나섰다가 호변 산책까지 하고 돌아왔더니, 온몸이 나른하여 거실 소파에서 살포시 누웠다가 잠이든 참이였다. 누구든 좀 받아라고 모른척 하고 있건만, 누구 하나 방에서 나와 전화를 받는 녀석이 읎다.
저 전화를 받아? 말아? 순간 갈등했다. 이 시간에 저 전화기로 나를 찾는 이는 딱 봐도 한사람!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냐?"
"아~ 깜빡 잠들었었나봐요! 어머니. 어쩐 일이세요?"
"어디 아프냐? 목소리가 왜 그러냐?"
"자다깨서 그런가봐요."
우리 어머님께서는 아침을 일찍 드시고, 집 근처 공원에 산책 나오셨단다. 뉴스를 보니 내일이 초복이라, 요즘 기운도 없고 하셔서 보양 삼아 닭 한마리 푹 고아 드시고 싶으셨나보다. 내일은 다들 바빠서 그런 여유 없을테고, 마침 일요일이니, 함께 닭백숙이나 진하게 끓여서 같이 드시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머님께서 닭을 살테니, 마트에 필요한 것 있으면 같이 사러 가자고 전화를 하신 것이다. 지척에 살고 계서서 오다가다 공원에서도 만나고, 애용하는 마트에서도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고부사이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천천히 준비해 나오라신다. 어머님 아니였음 이번 초복엔 보양식도 한그릇 못먹고, 겨우 프라이드 치킨에 맥주 한잔으로 떼울뻔 했다.
대충 차려입고, 닭 몇마리 담아 매고 올 검은 배낭 하나 들고 나섰다. 그렇게 오늘은 초복맞이 닭백숙을 만들기 위해 어머님과 내가 함께 장보기에 나선 것이다.
"어머님! 오늘은 어머님 맘에 드는 걸로 고르세요!"
처음엔 "다같이 먹으려면, 영계닭은 여섯마리는 있어야 하지?" 하시며, 쪼맨한 영계닭을 골라 고르시더니, 생각이 바뀌셨는지 다시 옆에 있는 1kg이 조금 넘은 제법 큰 닭을 뒤적거리며 신중하게 살피신다.
"닭도 제법 크기가 돼야 국물도 진하고 먹을성이 있더라. 그냥 이 큰 걸로 세마리만 살거나?" 하고 내게 물으시길래, 영계닭보단 좀 큰게 맛이 더 낫다고 나도 의견을 보탰다.
그렇게 해서 어머님과 과일, 닭고기, 애들 간식거리를 사들고, 함께 집으로 왔다.
오늘 장보기는 모두 어머님이 쏘셨다.
커다란 곰솥을 꺼내서 먼저 물을 조금 넣고 팔팔 끓이는 사이에, 닭 한마리를 두 조각내어 자르고, 기름덩어리는 제거해가며 간단히 손질을 마친다. 끓는 물에 닭 여섯조각을 튀기듯 데쳐내에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그사이 어머님껜 TV를 보시면서 통마늘을 까시라고 드렸다.
손질된 닭과 한약재 몇가지(황기,옥죽,백출)를 육수포에 넣어 큰 곰솥에 입수시켰다. 닭 세마리! 여섯조각이 큰 곰솥 반이상을 채웠다. 닭이 모두 잠기도록 물을 찰랑찰랑하게 넣어 푹 고았다. 수삼이나 마른 인삼 한조각이라도 있었음 넣어 먹으면 좋은데, 그게 좀 아쉽다. 그래서 대신 황기를 듬뿍 넣었다. 인삼 못지않게 기운을 붇돋아줄수 있는 약재다. 닭과는 참 잘 어울린다. 대추도 다섯알 넣고, 마늘도 듬뿍 넣었다. 한40분 진하게 끓였다.
어머님이 재료값 내시고, 며느리가 솜씨 발휘한 여름맞이 초복 보양식 닭백숙이 완성되었다.
노각무침도 곁들이고, 자색양파도 싱싱하게 까서 올리고, 겉절이김치에, 오이소박이에, 얼갈이물김치까지!
"어머님! 저 이렇게 잘해 먹고 있어요!"하고 자랑하고 싶었던지, 불필요하게 많이도 꺼내놨다.
오랜만에 집에서 함께 보양식을 드시는 어머님을 위해 예쁘게 상도 차렸다.
헌데 어르신을 앞에 두고, 또 그 잠깐 사이 진한 닭백숙 국물이 한김 빠져 식을까 싶어,
" 잠깐만요! 잠시 기록사진 하나 남길께요?" 할수가 없었다.
뜨끈하고 진한 한그릇에 우리보다 어머님이 참 흡족해 하셨다.
덕분에 잘 먹었다고 몇번이나 말씀하시는데.....
내가 먼저 챙겼어야 했는데 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이렇게 본인의 의사를 거침없이 잘 표현해주시는 어머님이라 편하기도 하고 다행이다 싶었다.
올 여름! 본격적인 더위는 얼마나 더 독할런지. 시작부터 대단하다.
우리 어머님! 연세도 있으시니, 이 한그릇 든든하게 잘 드시고, 편안하게 여름 나시는데, 도움이 됐으면 싶다.
"어머님! 중복에도 말복에도 우리 함께 해요!"
그땐 제가 완벽하게 한턱 쏠게요.
어머님도, 제비아빠도, 나도, 아이들도 든든하게 한그릇 거뜬히 비웠다.
진한 국물맛에 건강한 기운이 온몸 가득 차오르는 것 같다.
오랜만에 식탁이 가득 찼다.
몽글몽글 나의 가슴 한켠에도 뭔지 모를 뿌듯한, 기분좋은 기운이 샘솟았다.
2024년 07월 14일 일요일 초복을 하루 앞두고,
어머님은 재료 값 통크게 쏘시고, 며느리는 소소하게 솜씨값 쏘고.
궁짝 잘맞는 고부의 합작품! 여름 보양식 한그릇이라고......늘봄 쓰다.
삼계탕과 닭백숙의 차이 ..... 알고 먹어볼까요? ㅎㅎ
(위키백과에서 알려주는 음식상식)
삼계탕(蔘鷄湯)은 한국 요리 중 하나로 닭 한 마리를 반 잘라서 인삼, 대추, 생강, 마늘 등의 재료와 함께 고아 만든다. 한국에서는 주로 삼복(초복, 중복, 말복)날에 먹는다. 삼계탕은 여름철의 대표적인 보양음식이다. 한편, 삼계탕은 계삼탕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병아리보다 조금 큰 닭을 사용한 것은 영계백숙, 반토막을 내어 넣은 것을 반계탕이라고 부른다.
백숙(白熟)은 한국 요리에서 고기나 생선을 양념 없이 끓이거나 삶는 요리를 뜻한다. 주로 닭고기로 끓이는 닭백숙을 의미할 때가 많으며, 이 경우 삼계탕과 유사하다. 삼계탕은 인삼과 밤, 대추 등 여러 재료를 넣어 만드는 데 반하여, 닭백숙은 닭고기와 물, 마늘만으로 조리할 수 있어 훨씬 간단하다. 닭고기에는 찹쌀을 채워넣을 수 있다. 조리가 끝나면 소금과 대파를 넣어 간을 맞춘다.
닭백숙은 삼계탕의 경제적이고 간단한 변형으로 볼 수 있으며, 백숙이라는 용어를 종종 삼계탕과 혼용해서 쓰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여름에 먹는 보양음식으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