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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Oct 24. 2022

어두일미?

정말 그럴까?

날씨가 쌀쌀하다. 강원도 북부산지 일대에는 오전부터 눈이 내리면서 17년만에 10월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한다. 10월에 첫눈이라니...단풍 대신 눈꽃을 예쁘게 입은 설산 풍경이 오늘 일인가 싶게 믿겨지질 않는다. 갑자기 겨울이 성큼 다가오는 듯 하다.


오늘은 금 살짝 뿌려 김치냉장고에 보관중이던 참돔 머리를 촉촉하게 구웠다. 며칠 동안 먹을 기회가 없어서 언제 먹나하고 기회를 엿보다가 그날이 오늘이 된 셈이다. 제법 크기도 크고, 살집도 깊어 20여분을 앞뒤로 뒤집어 돌려가며 정성을 들였다.


생선 머리가 정말 맛 있을까? 어두일미란 사자성어가 진정 생선 머리의 '그 맛'의 진수를 품은 진정성있는 표현이긴 한걸까? 항상 궁금하긴 했다. 요즘이야 잘 손질된 생선을 구입하다 보니, 머리까지 요리에 쓸 기회는 별로 없다. 그리고 머리에 뭐 먹을 만한 살이 얼마나 있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 상당히 큰 생선 머리를 구워서 먹다보니, 제법 살도 많고, 맛도 다양하다. 특히나 생선볼살이라 이컬어지는 부위의 살은 부드럽고, 촉촉하고 고소하니 제법 인상적이기까지 하다. 맛있다.

먹어보니, 어두일미! 빈 말은 아닌 것 같다.


한번은 오래전 미국에 이민가셔서 미국사람 다 된, 나에겐 시고모님이 되시는 큰 어른께서 한국에 오신 적이 있었다. 어머님께서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손윗 시누님를 위해서 제법 큰 조기를 사서 손수 소금에 절이셨다. 물기 쪽 빼 꾸덕하게 살짝 말렸다가 시고모님께서 어머님 댁에 오시는 날 잘 구워 조기구이 한상을 준비하셨다. 시고모님은 그 조기를 정말 맛나게 잘 드셨다. 조기는 머리가 진짜 맛있다며 조기 몇마리를 완벽하게 머리까지 쪽쪽 발라드시는 걸 보고 내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예전엔 이 머리를 더 바싹하게 구워 뼈까지 다 씹어먹었다며 농담까지 하셨다. 나야 그 맛을 알 수야 없지만 그 뒤로 어른들께서 조기 머리를 맛있다고 드시면 정말 맛있어서 드시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 또 큰 참돔 머리를 구워서 먹어보니, 생각보다 숨은 살들이 많아 제법 먹을성 있고, 곳곳의 숨은 살들의 맛이 제각각 다양하여 입맛 돋우니, 어두일미란 말의 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먹어보니 그렇단 얘기다.  


나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아버지께서는 꼭 생선 눈알을 빼서 "이것 먹으면 눈이 좋아진다"시며 웃음기 가득 특별히 나에게 건내시며 생선 눈알을 챙겨주셨다. 내가 특별히 눈이 나빴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비위가 좋았던 나는 생선 눈알을 잘도 받아먹었다. 맛보다도 그 독특한 식감에 호기심이 나서 그랬던 것 같다. 아마 아버지께선 그 맛도 없는 것을 싫어라 내빼지 않으며 내가 날름날름 잘 받아 먹으니, 그 효과보다 내 모습이 귀여워서 장난삼아 그려셨던 것 같다. 하지만 평생 안경없이 이 나이 되도록 편안하게 내 두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다 우리 아버지의 그 시절 살뜰한 보살핌 덕분이 아니가 싶다. ㅎㅎ


집에서 닭고기를 먹게 되는 날이면 꼭 닭목아지를 골라서 내게 건네셨다. 닭목아지를 먹으면 닭처럼 목청 좋아진다고 말이다. 역시나 비위가 좋았던 나는 닭목도 맛있게 잘도 받아먹었다. 그 덕에 나는 목청이 엄청 좋아져서? 매번 반공웅변대회에 학교를 대표해서 나가 크고 작은 상을 타날라 학교의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었다. 다 아버지께서 챙겨주신 닭목아지 덕분이였으리라. ㅎㅎ


지금도 가끔은 가리는 것 없이 너무 잘 먹어 슬쩍 챙피해질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아버지의 조기교육 덕분인가 싶어 웃음이 난다. 쓰다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생선머리 구워먹은 얘기하다 또 문득 나는 우리 아버지가 보고 싶어 진다.

우리 아버지께서 많이 바쁘신지, 꿈에도 한번 안놀러 오신다.

'아버지! 잘 지내고 계시죠?'

2022년 10월 24일 월요일 생선머리 구워먹고, 몇 글자 적다 문뜩 아버지가 보고 싶은 늘봄......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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