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바쁘지 않으면 집에 들러서 된장을 가지고 가라신다. 주신 된장 다 먹어 순창된장 한통 샀다했더니, 잊지 않고 계시다가 전화를 주신 것이다.
어머님은 올해 여든 다섯이시다. 누구보다 건강하시고 꼿꼿하시지만 기력이 한해 한해 예전만 못하신 건 어쩔 수 없다. 요즘도 공원에서 친구분들과 두시간여 걷는 운동으로 근력관리에 신경을 쓰고 계신다.
다시마로 잘 덮어 도닥여 놓은 된장을 푹푹 퍼 주시며, 이게 마지막 된장이 될 것 같다신다. 얼마나 먹는다고 다들 냄새난다고 질색팔색 하는데, 또 담구겠냐시며 웃으신다. 기운도 예전만 못하시니, 담그신다 해도 말릴일이긴 하다. 아파트에 사시면서 장을 담그는 일도 그리 만만치 않으시리라.
사과가 맛있다며 챙겨주시고, 포도도 서너송이 담아주신다. 알타리김치 좀 담았더니 맛나게 익었다며, 먹어보라 건네신다. 우리집에 식구 많다고 매번 뭐라도 챙겨주시고파 하신다. 우리 큰아들 대학시험도 얼마 안남았는데, 열심히 공부는 하고 있냐고 물으시며 하얀 봉투를 건네신다.
우리 어머니! 된장보다 손주에게 응원의 맘을 담아 이 봉투를 전하고 싶으셨나보다. 체력 떨어지지 않게 잘 챙겨먹이고, 올해는 꼭 어디라도 갔으면 좋겠다고 바램을 전하신다. 봉투를 받아든 내가 염치가 없다.
지척에 사시니, 코로나 전에는 2주에 한번씩 주말마다 집에 오셔서 하룻밤 주무시고 가셨었는데, 코로나 이후엔 거의 안오신다. 애들 공부하는데 신경쓰인다시며 또 코로나에 애써 조심하시느라 더욱 그러하신 것 같다.
이 어려운 때 좋은 결과로 할머니께 큰 기쁨을 안겨주면 좋으련만, 올해는 또 우리 아들이 얼마만큼의 실력을 보여줄지 걱정이 앞선다. 재수생 신분으로도 어찌나 학습에는 여유를 부리는지 보고 있는 이 엄마가 답답하다. 아빠는 종종 너처럼 공부하면 10년 재수생도 걱정 없겠다고 뼈있는 농담을 하곤 한다. 열심히좀 해보란 이야기다.
걱정하지 말라며, 제가 알아서 좋은데 간다고.... 그 좋은데가 어디쯤인지. ㅎㅎ
우리 큰아들에게 할머니의 마음과 바램을 전한다.
녀석! 걱정하지 말란다. 할머니께 올해 아주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거란다.
저 무한의 긍정과 밑도 끝도 없는 저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그 대답에 기분만큼은 좋아진다.
오늘은 어머님께서 주신 된장으로 담백한 된장찌개 한냄비 끓인다.
구수함에 오늘은 유난히 맛이 좋다.
어머님의 사랑 덕분일까? ㅎㅎ
시간 참 빠르다. 얹그제 수능 본 것 같은데, 또 그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결과야 하는 만큼 나오겠지만, 제발 올해는 작년처럼 맨붕에 정신나갈 일만 없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