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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뭐 좀 먹을 것 없어요?

이 시간에?

by 늘봄

"지금 시간이 몇 시니?"

배가 고프시단다.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제 방문을 열고 나온 우리 집 둘째 녀석이 출출했나 보다. 오랜만에 아들딸들과 떡볶이와 어묵탕으로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밤 산책까지 다녀왔다. 가벼운 맘으로 오늘 저녁에 먹은 떡볶이 이야기를 써볼까 하고 있었는데.....


우리 둘째 녀석은 먹어도 너무 일찍 먹어버린 저녁식사가 다 소화되어 다들 잠든 이 시간에 배가 고파 잠을 잘 수가 없었나 보다. 엄마의 시끈둥한 반응에 "너무 늦었지요? 그냥 잘까?" 한다.


"기다려봐"

켰던 노트북을 잠시 두고, 둘째 아들을 위한 야식을 만들어본다.

'그래! 데쳐놓은 오징어가 있으니, 목살 한 장 굵게 채 썰어 넣고, 돼지고기오징어볶음 만들어주자'

야채통을 뒤져 양파와 호박, 아삭이고추 두 개를 꺼내어 굵게 채 썬다.


팬에 돼지고기 목살을 한 장 올려 양쪽으로 노릇노릇 굽다가 다 익었다 싶음 가위로 굵게 채를 썬다.

기름 살짝 두르고, 고추장 한 숟가락에 진간장 살짝 넣어 데친 오징어도 넣고, 돼지고기와 오징어가 양념이 골고루 베개 뒤적뒤적 볶는다. 고기에 양념이 잘 배었다 싶으면 야채를 몽땅 털어 넣고, 함께 숨이 살짝만 죽게 볶아준다. 올리고당 반숟가락 넣어 달달하게 마무리한다.


그릇에 밥 한 주걱 떠 담고 그 위에 지금 막 볶은 돼지고기오징어볶음을 얹는다. 조미김 채 썰어 올리고, 통참깨 솔솔 뿌려 한 그릇 뚝딱! 다 됐다.


"아들아! 나와~ 밥 먹어라"


이 늦은 시간에도 이 엄마를 움직이게 하는 우리 집 둘째!

키 크는 게 소원이고, 살찌는 게 소원인 아들이다.

잘 먹은 날은 기분 좋게 체중계에 올라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다음날 흔적도 없이 원상 복귀되는 몸무게에 엄청 실망하는 아들이다. 60Kg까지 한번 나가봤으면 좋겠다고 소원하는데, 그 길은 멀기만 하다.


세상 날씬하다. 이 엄마는 그 날씬한 허리며, 매끈한 다리가 몹시 부럽기만 하다. 별로 먹는 것 없는 것 같은데도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엄마와, 먹어도 먹어도 그것들이 어디로 가는지 몸에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아들의 바람이 이리도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단 말인가?


할 수만 있다면 엄마의 넘치는 살을 떼어 원하는 곳에 척척 붙여주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형아의 키 5cm를 덜어다 우리 둘째에게 보태주고 싶다.


"아들아! 몸은 그 정도면 너무 마른 거 아니야. 딱 보기 좋아"

"아들아! 군대 가서도 큰다더라.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해"


위로가 될지, 희망이 될지 모르겠으나 항상 아쉬움에 젖어있는 우리 둘째에게 이 엄마가 항상 건네는 말이다.


세상일엔 다 때가 있다.

그 때를 놓쳐 버리면 인생시계를 다시 되돌릴 수 없다.

특히나 신체적 성장에 그 때는 정말 중요하다.


이제 고2

우리 둘째 아들도 그 때를 놓쳐버린 것 같은 아쉬움을 종종 토로할때가 있다.

그때 내가 계속해서 농구클럽을 더 열심히 다녔더라면 한 5cm는 더 크지 않았을까? 하면서 말이다.


10cm, 5cm, 3cm라도.... 그 원하는 바램의 숫자가 줄어들더니, 지금은 제발 1cm라도 컸으면 좋겠단다.

자세만 바르게 해도 1cm는 큰다. 아들아!

이제 바른 자세로, 잃어버질지도 모를 1cm라도 잡아라. ㅎㅎ


2023년 7월 10일 월요일 늦은밤 배고파 야참을 찾는 아들에게...늘 안타까운 엄마맘을 담아 ......늘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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