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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Aug 24. 2023

막걸리 한잔을 부르는 시원한 여름비!

닭볶음탕을 안주로 술 한잔 기울이다.

열린 거실 창문 사이로 세차게 들이치는 빗방울들이 어찌나 반가운지, 마룻바닥을 축축이 젖여 들게 해도 그 창문을 닫고 싶지가 않았다. 폭염으로 지친 내 마음을 시원하게 식혀주는 것만 같아서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는 내내 좋았다. 올여름 폭염은 유난히 사람을 지치게 했다.


비가 와 더위도 살짝 식었겠다 여느 때와 다르게 주방에서 열기 후끈 달아오르게 뭔가 보글보글 끓여도 좋지 싶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빠알간 닭볶음탕도 준비해 보고, 삼겹살도 노릇노릇하게 구워볼 생각이었다.


먼저 팔팔 끓는 물에 볶음탕용 생닭 한팩을 뜯어 튀기듯 데쳐내 깨끗하게 씻어준다. 불순물도 제거하고, 기름기도 최소화하고저 이렇게 데쳐내는 것이다. 데친 닭고기에 진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파, 후추, 생강, 설탕등 갖은양념을 골고루 섞어 잘 머무려 준다. 거기에 양파 한알, 감자 두 알 정도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같이 섞어준다. 그리고 모든 재료가 자작하게 잠길 정도의 생수를 넣어 불위에서 모든 재료가 잘 어우러지도록 불을 조절해 가며 푹 끓여주기만 하면 된다. 국물이 졸아들면 졸아들수록 맛은 진해진다.

보글보글 바글바글 맛들어가는 소리


닭볶음탕을 준비하다 보니, 삼겹살 굽기가 번거롭게도 생각되고 귀찮아졌다. 닭고기나 돼지고기나 거기서 거기지 싶어 닭볶탕에 같이 넣어 푹 끓여보자고 계획을 바꿨다. 불위에 올려 보글보글 국물이 질척하게 줄어들 때까지 끓이고 또 끓였다. 요즘엔 건강을 생각해 모든 음식의 염도를 상당히 줄였다. 내 입엔 조금 아쉽게 심심하지만 새우젓 한 숟가락 넣어 간을 맞추는 과정을 생략했다.


빠알간 닭볶음탕이 완성되었다.

국물을 졸이기 전 후


제비아빠는 퇴근길에 비 온다고 막걸리 한 병을 들고 귀가했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싶었나 보다. 국물도 진하게 맛있고, 삼겹살도 보들보들하니 입맛 당긴다. 또 아이들 심심하지 않게 떡볶이떡 한주먹 넣었더니, 그것도 떡볶이를 먹는 듯 기분 좋다.


달달한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니, 올여름 폭염에 지쳤던 온몸의 피로가 이 한잔에 쫘악 풀리는 듯했다.

오랜만에 기분이 상큼하게 좋았다. 한병! 한잔으로 아쉬웠다. 냉장고 안쪽 깊숙이 모셔둔 캔맥주를 꺼내들었다. 상큼하고 상쾌한 시원함이다. 기분 좋은 목 넘김이 목을 타고 온몸으로 시원한 냉기를 전해주었다.

오랜만에 술 한잔에 좋은 안주거리에 행복한 저녁식탁이었다.


이 참에, 이 비에 더위야! 좀 가자. 너 갈 데가 그렇게 없니?ㅎㅎ


2023년 8월 23일 수요일

시원하게 내리는 비에 더위가 한풀 꺾여 기분 좋은 늘봄....... 한잔하고 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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