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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Aug 21. 2023

여름별미

김치말이국수 vs 콩국수

유난히도 길게 그리고 꺾일 줄 모르는 폭염의 기세다. TV화면 우측 상단에 빨간색 폭염특보와 함께 지역을 알리는 알림 문자가 수시로 뜬다. 이제 좀 수그러들 만도 한데, 앞으로 상당기간 이 폭염이 지속될 전망이란다. 전국에 폭염이 아닌 곳이 없을 정도다.      

와! 한반도가 한해 한 해가 다르게 뜨거워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어찌 이것이 우리만의 문제일까? 전 지구가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집도 이 폭염에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 다들 에어컨 빵빵하게 터지는 곳으로 피신 갔다가 저녁때가 되면 후끈한 우리 집으로 귀가한다. 아이들이 개학을 했다는 뜻이다.ㅎㅎ     


냉방기구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거실의 에어컨 사용은 간간히 하고, 제법 넓은 딸아이 방의 에어컨을 줄곧 가동하면서 에너지 효율의 극대화를 통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우리 막내딸 방은 방학 내내 기분 좋은 피서지였던 셈이다.ㅎㅎ

    

올여름! 더위에 맞서 주방에서 음식 하는 것도 큰 고역이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간단하게, 시원하게 한 끼 가볍게 해결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침은 간단한 시리얼과 과일 몇 조각, 그리고 삶은 고구나마 옥수수, 빵등으로 말이다.

더위 내내 면은 우리의 식탁을 상큼하게 채워주는 단골 메뉴였다. 주로 아이들과의 점심은 면요리로 채웠다. 감사하게도 라면은 아이들도 나도 쉬이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 비빔면, 짜파게티, 오짬, 신라면, 진라면... 맛도 내용도 다양하다. 이제 라면 정도는 손수 끓여서 대령할 정도로 아이들이 다 커서 당번만 정해주면 되는 편리한 시스템이었다.

    

가끔은 엄마의 손맛과 정성을 담은 국수요리로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척? 하기도 했다.ㅎㅎ

새콤하게 맛든 열무김치를 주재료로 김치말이국수를 대령하고, 간간히 건강에 좋은 서리태콩을 불려 순수 100프로 수재콩국물을 만들어 며칠 콩국수를 즐기기도 했다.

     

김치말이국수는 말 그대로 국물 자작하게 담은 물김치에 삶은 국수를 말아서 먹는 국수다. 잘 삶은 소면과, 맛있게 맛든 물김치만 있으면 재료준비는 끝이다. 여기에 시각적 맛난 효과를 위해 고명으로 예쁘게 채 썬 오이를 올리고, 참기름 한번 두르고, 부족한 단백질 보충을 위해 삶은 계란을 한알 또는 반알 정도 올린 다음 통깨를 솔솔 뿌려 마무리하면 완성이다.

      

열무김치말이국수

물김치에 소면을 넉넉히 넣어 말면 백 프로 간이 심심해지기 마련인데, 이때 간편하게 시중에 파는 초고추장을 두세 숟가락 넣어 간을 맞추면 전혀 어색함 없이 맛있는 별미를 즐길 수 있다. 역시 제 맛은 맛나게 잘 담가서 잘 익은 열무김치나, 얼갈이김치가 핵심이다. 이제 제법 솜씨를 자랑할 수 있을 만큼 나의 열무얼갈이김치도 맛이 제대로다. ㅎㅎ  냉동실에 미리 김치국물을 넣어두어 냉기 충만하게 채워둔다면, 한 여름 폭염을 한방에 날려줄 폭염폭격기가 된다. 뻥이 너무 심했나? ㅋㅋ


  한 여름에 절대 빠질 수 없는 면요리 중 하나가 바로 콩국수다. 특별한 레시피도 필요 없다.

콩국수는 보통 노란색 메주콩이나 까만색 검은콩, 서리태콩을 이용한다. 콩을 깨끗이 씻은 다음 콩이 푹 잠기도록 넉넉히 물을 채워 6-7시간 잘 불린다. 잘 은 콩은 맨입에 먹어도 고소하고, 맛있게 사각사각 씹힌다. 불 위에 잘 불려진 콩과 콩물을 올려 거품이 한두소큼 푸르르 솟아오를 정도로 끓여 삶아주면 좋다. 너무 오래 삶으면 알죠? 떡에 들어간 그 잘 익은 콩맛. 그건 안돼요.ㅎㅎ

    

이렇게 잘 삶은 콩을 콩물과 함께 식혀 믹서기에 갈기만 하면 된다. 깨끗하게 씻어 생수를 넣어 갈아도 되지만, 본연의 콩물맛도 즐기고, 끓여서 식힌 국물이기에 보관도 생수보다 며칠 더 된다. 콩국물이 조금 되직하다면 먹을 때 시원한 생수를 첨가해서 농도를 조절하면 된다. 집에 땅콩이나, 호두, 아몬드, 통참깨 같은 견과류가 있다면 함께 갈아도 좋다. 그러면 맛이 훨씬 고소하고 풍부해진다.   

   

고소한 콩국수
콩국수


껍질채 갈아서 만들면 영양면에서는 완벽하지만, 조금 거칠어서 목 넘김이 부드럽지가 않다. 사실 요즘 믹서기 성능이 좋아서 목에 걸릴 정도는 아니지만, 예민한 분들은 그런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ㅎㅎ

 

처음에는 나도 건강을 생각해 거칠어도 건강하게 먹자고 그리 고집을 부렸는데, 가족 모두가 별로 반응이 안 좋아 이제는 항상 콩 껍질을 벗겨내고 갈아 만든 부드러운 콩국수를 즐기고 있기는 하다. 종종     


만드는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콩국수는 밖에서 한 그릇 사 먹는 것이 더 효율적이긴 하다. 요즘은 맛있게 잘 만든 국산콩으로 만든 콩국물도 마트에서 잘 팔고 있다. 맛도 좋다.


우리 집이야 식구가 다섯이니 한번 만들면 그 자리에서 뚝딱이다. 그리고 남은 약간의 국물은 두유로 하루 이틀 더 즐긴다. 식구가 많으니, 이 여름을 즐기기에 두세 번은 할만하단 얘기다. 또 몇 번 하다 보면 그리 번거롭지 않을 만큼 손에 익기도 한다.  

건강한 한잔!

   

사실 이 또한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 제비아빠 덕분이다.  농사짓는 선배의 공력을 생각해서 서리태콩을 한말씩이나 사서 집에 보관 중이기 때문이다. 먹어도 먹어도 줄어드는 게 눈에 띄질 않는다. 그래서 종종 이럴 때, 건강을 생각하고, 농사지은 선배님을 생각해서 열심히 먹는 궁리를 하는 것이다.ㅎㅎ

     

이렇게 별것 아닌 국수얘기에 말만 길어졌다. 오랜만에 텅 빈 공간에서 나의 시간을 가져본다.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아이들 모두 여름 방학을 잘 보내고 자신들의 꿈터로 복귀했다. 어쩌면 난 이 날만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ㅋㅋ


한 달이 채 안 되는 방학이었지만, 미안하게도 아이들 맘과 달리 난 이 날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여러모로 덥다고 짜증도 내고, 소홀하기도 했던 아이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맘도 든다.


새롭게 새 학기를 시작했지만, 여전한 폭염에 새로운 기분 1도 안 들 것 같은, 우리 아이들의 새 학기를 응원하며 여름별미 국수 이야기를 마무리해 본다.


여름을 시원하게 추억하게 하는 국수 얘기를 하다

지금은 다 먹고  사진만 남은 그 음식을 다시 보니 군침 돈다.


점심엔 김치말이국수 한 그릇 말어? 말어! ㅎㅎ


2023년 08월 21일 월요일

모처럼 여유 넘치는 월요일을 맞이하여.......늘봄 글로 국수를 말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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