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유정 변호사입니다.
성폭행 피해를 신고하려 마음먹는 데엔, 시간이 걸립니다.
그날의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혹은 너무 지워져서.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서, 가족이 알까 봐,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
그 어떤 이유로든, 즉시 신고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 신고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이 가장 자주 나옵니다.
그 안엔 두려움이 섞여 있습니다.
“이제 와서 말해도 믿어줄까?”
“증거가 없는데 소용있을까?”
그 질문들에 하나씩 답해보겠습니다.
Q1.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법은 아직 나를 보호해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성폭행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여전히 유효한 범죄입니다.
물론 법에는 ‘공소시효’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생각보다 길고, 피해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계산됩니다.
일반적인 강간죄는 10년, 흉기 사용 등 특수강간은 20년,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면 최대 25년까지 이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면
성인이 된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새롭게 계산된다는 것입니다.
즉, 어릴 때 당한 피해라도 지금 당장 신고 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뜻이죠.
또 하나.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이나 주변 압력 등으로 신고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면,
수사기관은 그 지연 자체를 문제 삼지 않습니다.
‘왜 그때 말하지 않았냐’보다,
‘이제라도 용기를 냈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 최근의 수사 흐름입니다.
결국 법은 늦게 온 사람에게도 문을 닫지 않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한 그 시점이, 오히려 사건을 바로잡을 가장 이른 때가 될 수 있습니다.
Q2. 시간이 지난 뒤의 신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시간이 흘렀다면 그만큼 기억과 정황의 조립이 핵심입니다.
당신의 기억은 법적으로 ‘증거의 뼈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날의 구조를 떠올려야 합니다.
시간·장소·대화·행동, 그리고 당신이 느낀 ‘거부감’.
이 네 가지를 중심으로 일지를 작성하세요.
감정이 아닌 사실의 흐름으로 정리해야 수사기관이 진실을 읽습니다.
다음은 정황 증거입니다.
당시 남은 메시지, 연락 기록, 병원 진료기록, 상담 내용,
혹은 주변 사람에게 털어놓은 대화도 도움이 됩니다.
이런 흔적들은 시간이 흘러도 당신이 진실을 꾸준히 간직해왔다는 신호가 됩니다.
그리고 절대 혼자 짊어지지 마세요.
시간이 지난 사건일수록, 가해자가 “합의된 관계였다”거나 “기억이 왜곡됐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진술의 논리적 구성, 증거의 연결 방식, 수사기관의 질문 대응까지
모두 변호사의 설계가 필요합니다.
변호사는 피해자의 말을 ‘감정의 언어’에서 ‘법의 언어’로 바꿉니다.
즉, “무서웠어요”라는 감정을 “항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법적 표현으로 변환시키는 역할이죠.
그 차이가, 진술의 신빙성을 결정합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불리하다’는 건, 준비 없이 들어섰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철저히 정리된 진술과 법적 구조 안에서라면,
당신의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한 증거가 됩니다.
성폭행나중에신고
이 단어를 검색하는 당신은 이미 결심했습니다.
그 결심은, 잊으려던 시간이 아니라 되찾는 시간의 시작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피해자에게 “왜 그때 말하지 않았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법은 그렇게 묻지 않습니다.
이제는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다행이다”라고 말하죠.
그날의 침묵은 죄가 아닙니다.
오히려 침묵 속에서도 버텨온 용기가, 지금 당신을 움직이게 한 겁니다.
이제 그 용기가 법의 언어로 바뀔 차례입니다.
우리가 그 길을 함께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