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가장 후회했던 순간이 내 삶을 바꾸었다.

나답게 사는 24가지 지혜

by 현미

# 뇌는 실수를 통해 학습한다.


후회는 인간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만은 아닙니다. 모든 생명체에게 실수란 생존걸린 문제이며 치명적인 실수는 곧 죽음으로 연결될 수 있죠.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강력한 방어 기제이자 학습 도구가 바로 '후회'라는 감정입니다. 우리 언어에 후회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삶에서 실수와 후회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음을 증명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후회로 인한 자책보다는 이 감정을 의식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소중한 시간으로 보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필수적인 학습 도구로 후회라는 감정을 사용합니다.


뇌는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결과와 과거의 경험을 끊임없이 비교합니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후회라는 감정은 단순히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과 함께 '하면 안 되는 행동'으로 강력하게 저장됩니다.

뇌는 사건의 스토리 뿐만 아니라 안 좋은 감정까지 함께 저장함으로써, 후회스러운 행동을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에게 강력한 알람을 설정해 놓는 것입니다. 단지 우리 무의식적인 삶의 습관이 이러한 뇌의 노력과 경고를 무시하고 또 무시해서 같은 패턴의 실수와 후회를 반복할 뿐입니다.


# 가장 후회했던 순간이 내 삶을 바꾸었다.


'후회한다'는 이 감정의 단어가 가슴에 이토록 깊이 박히는 것을 보니, 제가 그때 크게 잘못을 하긴 했구나 싶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저도 그때는 어렸습니다. 삶의 지혜가 쌓이기 힘든 나이였죠. 지금 같았으면 책도 읽고 다양한 정보를 여러 통로를 통해 주워들었을 텐데, 그때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저의 굳건한 믿음과 신념에 따라 제 멋대로 판단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을 삼자면, 그 쓰라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넉넉하고 너그러운 마음이 제 안에 자리 잡지 않았나 싶습니다.


# 나쁜 마음이 가져온 30대의 불황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고 거친 생각으로 인해 저의 젊은 30대는 기억 속의 아픈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31살, 저는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 당시에는 남편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순전히 저의 올바르지 못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1,2년 정도 결혼 생활은 즐거웠지만, 3년쯤 되자 싸우기 위해 결혼한 사람처럼 만나면 다퉜습니다. 아마도 남편의 생활 습관이나 경제적인 생각이 저와 달랐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 5년쯤 될 무렵, 남편이 느닷없이 공부를 더 하겠다고 회사를 관두겠다고 했습니다. 제 나이 31살, 남편 35살, 3살 된 아이 한 명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시댁의 지원을 받아 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이때 저의 감정은 이랬습니다. '괘씸하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그때는 남편이 나를 엿 먹였다'고 생각했고, 저도 똑같이 남편에게 엿을 먹이겠다는 나쁜 마음으로 회사를 나왔습니다.


회사를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나쁜 마음 때문에 엿을 먹은 사람은 남편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라는 것을요. 그리고 저에게는 그 영향이 가장 강하고 가혹하게 와 부딪쳤습니다.


# 절망 속에서 얻은 '인생의 신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돌이킬 수도 무를 수도 없었기에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가장 기다렸던 저의 30대의 삶은 저의 기대와는 다르게 정반대로 흘러갔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제가 그 삶을 자책이나 원망 같은 감정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올바르지 못했던 나의 행동에 대한 결과라 생각하니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이런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다행이다. 지금보다 나이가 많은 상황에서 이런 안 좋은 상황을 맞지 않았음에 감사하자. 젊으니까 한번 이겨내 보자.“


그때의 저는 우리의 삶도 주식과 같다고 보았습니다. 호황기가 있으면 불황기도 당연히 있다고 말입니다. 지금의 나는 불황기다. 이를 잘 극복하면 분명 호황기가 온다. 어디에서 그런 근거 없는 믿음이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이것을 진실처럼 믿었기에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낼 힘이 내 안에서 생겼습니다. (지금은 운명 같은 것이 있다고 더 많이 믿는 편이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때는 이런 믿음이 생기기 전이었습니다.)


# '후회는 성장의 마중물, 이제 나는 더 너그러워졌다'


이때의 경험이 제 삶에 있어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자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있었기에 저는 다른 마음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절대로 나쁜 마음으로는 뭔가를 하지 말자. 나쁜 감정은 결국 안 좋은 결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단단한 신념이 생겼습니다.

가족을 위해 하는 일에 대해 생색내지 말자. 상황이 되는 사람이 하면 된다. 누구를 탓할 필요도, 원망할 필요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좋은 감정으로 베풀고 긍정적인 감정으로 대하자. 쓸데없는 감정 소모에 에너지 낭비하지 말자.


이러한 저의 태도에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사람이 바로 저 자신임을 지금은 압니다. 지금 저는 그 힘들다는 갱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긍정적인 마음과 태도 때문인지, 아직 감정적으로도 충분히 넘쳐흐르는 에너지를 느낍니다. 지금처럼 잘 버티고 살아온 저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덕분에 저의 자존감은 하늘까지는 아니어도, 높은 고층 빌딩까지는 닿아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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