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AI 시대의 디자이너,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

형태를 만드는 일에서 관계를 설계하는 일로

by Yooseob

디자인의 변화는 언제나 ‘새로운 도구’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번만은 다르다.

Illustration Created w/ chat GPT

AI는 단순히 더 빠른 손이 아니다.

우리의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기술이다.

이전까지의 디자이너는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완성할지를 중심에 두고 사고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만듦’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


AI가 등장한 뒤,

디자이너는 이제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구와 함께 사유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차이는 미묘하지만, 깊다.

생성형 AI는 결과를 대신 만들어주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디자이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며

“당신이 진짜 만들고 싶은 건 무엇입니까?”라고 되묻는 거울에 가깝다.


AI는 디자이너에게 효율을 주지만,

동시에 정체성의 질문을 던진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가르치는 교실에서도 그 질문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이미 AI와 함께 작업한다.

아이디어의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그 속도를 따라가는 일이

이제는 교육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속도를 넘어서는 사고의 깊이,

그것이 새 시대의 과제가 된다.

AI는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시각, 브랜드, 인터페이스, 개발…

이제 그 구분이 점점 의미를 잃는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기획에서 리서치, 시각화, 구현까지

모두 연결해 사고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전문 분야’라는 말이

오히려 사고를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이렇게 정의해 본다.

“AI 시대의 디자이너는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색과 형태를 만드는 일보다,

‘무엇이 어떻게 연결되어야 의미가 생기는가’를 설계한다.

결과보다 관계를 디자인하는 사람,

그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정체성이다.

AI는 디자이너를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디자이너의 사유의 깊이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기계가 만들어내는 완벽함 속에서

인간이 여전히 남겨둘 수 있는 것은

생각의 흔적, 질문의 온도, 의미의 결이다.

디자인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 ‘본질에 닿는 길’이 완전히 새로워졌을 뿐이다.


우리가 다루는 건 여전히 형태지만,

그 형태를 지탱하는 생각의 구조는

이제 완전히 다른 언어로 다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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