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악플 달지 마

온라인 문화 개선 프로젝트

by 권종영

오염을 넘어 위협의 단계로 접어든 온라인 환경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 현실은 대다수의 보통 사람은 그래도 안전할 거란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붕괴된 후다. 사회 해체의 단계다.

(중략) 

우리 사회가 적당히 오염됐다면 난 외면했을 것이다. 모른척할 정도로만 썩었다면 내 가진 걸 누리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 몸에서 삐걱 소리가 난다. 더 이상 오래 묵은 책처럼 먼지만 먹고 있을 순 없다.

(중략)

부정부패(오염된 온라인 환경)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기본이 수 십, 수 백의 목숨이다. 처음부터 칼을 뺏어야 했다. 첫 시작부터.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다.

수많은 사람의 피. 역사가 증명해준다고 하고 싶지만 피의 제물은 현재진행형이다. 바꿔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찾아 판을 뒤엎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이미 치유시기를 놓쳤다.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누군가 날 대신해 오물을 치워줄 것이라 기다려선 안 된다. 기다리고 침묵하면 온 사방이 곧 발 하나 디딜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아실 분들은 다 아실 만한 유명한 명대사죠? 드라마 '비밀의 숲' 마지막화에 나왔던 대사 중 일부입니다.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은 아닌데, 우연히 친구의 추천으로 '비밀의 숲'을 봤었습니다. 해당 장면을 볼 때 전율이 흘렀는데, 동시에 소름도 돋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이 내용을 고스란히 가상세계에 적용해도 딱 들어맞았으니까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온라인 환경은 말 그대로 무법천지입니다. (범죄와 악의적 행동들의) 발전 속도를 법이나 규칙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구축한 강력한 '약속'이 아니고서야 시시각각 변형되는 오염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로 인해 온라인은 무법천지가 됐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가치관들은 사라진 지 오래고, 엇나간 사고(思考)가 도처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성 차별과 상품화, 황금 만능주의, 생명 경시... 시스템은 무너졌고, 희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IT 환경이 구축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경험하면서 성장해 온 세대입니다. 아마 인터넷이라는 이기로 편의를 누리고 있는 모든 분들이 저와 같이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인터넷의 등장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편리함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와 비례해 불편함, 불쾌함도 동시에 급증했다는 겁니다.


어느 시대나 문명의 이기를 악의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과거 범죄자들과 다르게 이들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오용하고 있는 인터넷이 '언제 어디서나' 우리 삶 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물이기 때문이죠.


최근에도 다양한 범죄와 그로 인한 피해자가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범죄 전파력은 수시기관의 한계를 드러낼 만큼 강력합니다. 다양한 모방, 유사 범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많은 피해 사례가 등장하고 있죠. 나쁜 건 쉽게 배운다고 하던가요? 심지어 범죄에 연루된 자들의 연령대까지 낮아지고 있습니다. 일부 청소년들도 악마의 유혹에 속속 넘어가고 있는 겁니다.


분명 우리 사회와 일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리라 기대하고 발명한 산물일 겁니다.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일상을 파괴하는 용도로 잘못 쓰이고 있습니다.


가치관 붕괴, 범죄 독려, 갈등 조장... 긍정적인 부분도 물론 있지만 사회에 암적인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시도들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대처가 시급한 사회문제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각 부처, 관련 기업의 적절한 규제나 대응마저 미진합니다. 그 사이 매일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밝은 측면을 가릴 만큼 어두운 부분들이 온라인에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고소(告訴)와 읍소(泣訴)를 반복하고 있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IT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지만,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 중심에 선 악플


이렇게까지 무너지게 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붕괴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영향이 크다고 확신합니다. 의사소통은 이성을 토대로 한 행동입니다. 그러나 댓글, 실시간 채팅 등으로 이뤄지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중에는 이성적이지 못한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부정적 커뮤니케이션을 대표하는 '악플'은 그 병세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악플을 비롯한 오염된 대화 양상은 부정적인 의도로 가득합니다. 악의적 커뮤니케이션은 '선'을 과감히 넘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릇된 가치관과 정보를 퍼뜨리기 급급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부정적 가치관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는 현실에 고스란히 피해를 남기기까지 합니다. 엽기적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 될 만큼 흉악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상세계는 최초 인터넷 등장 당시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그런 곳이 더 이상 아닙니다. 현실과 동 떨어진 상상 속 세계가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에 직결되는 또 하나의 터전입니다. 병든 커뮤니케이션은 이 사실조차 망각케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공간에서 현 사태의 근간이 되는 악플을 부정하는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이에는 이, 거짓된 문자에는 진실된 문자로'. 왜 악플이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글 대부분이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결코 소수 누군가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닙니다. 한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는 악의적으로 유포된 허위 사실로 인해 사업체를 접어야 했고, 평범한 대학생은 악플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지기도 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입니다.


제가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던 적은 없습니다. 그저 이 사회를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고 있는 이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나마 표현해보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시도는 충분한 의미를 갖을 겁니다. 운이 좋게 많은 분이 공감해주신다면, IT 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온라인 환경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염된 커뮤니케이션을 바로 잡고, 이를 기반으로 대중의 의지를 한 데 모아, 우리의 머지 않은 미래와 훗날 미래 세대가 쾌적하게 이용 가능한 가상세계를 만들어 봅시다. 우리 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