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용된 이기(利技) 2-1
정반합(正反合). 정(正)은 기존의 체계, 그 안에 담긴 모순입니다. 반(反)은 이 모순을 부정, 개선하려는 목소리고요. 이성적인 판단의 결과 도출되는 산물이 합(合)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전무결한 존재는 없으니, 합 역시도 모순이 발생하며 새로운 정이 되죠.
인간 사회는 끊임없는 정반합의 논의를 거치며 지금껏 성장해왔습니다. 그렇지만 현대 사회, 특히 온라인 일부에서 이와 같은 합의를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렇기에 조상들은 한 데 모여 마을을 구성했고, 그 규모가 커지면 도시로 발전했죠. 그리고 큰 커뮤니티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들끼리 소규모 집단을 형성하기도 해왔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꾸준히 어딘가에 소속돼 관계의 안정을 찾고자 합니다.
21세기에는 그 형태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가상세계라는 새로운 환경이 우리에게 주어졌으니까요.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 현대인들은 속속 가상세계에 마련된 커뮤니티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 정착한 구성원들은 각자의 일상 혹은 생각을 공유하곤 합니다. 전통적인 인간관계에서 이뤄지던 대인 관계와 유대는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라면 오프라인에 무게를 좀 더 둘 확률이 높겠지만, 어릴 적부터 인터넷의 영향을 받은 1030세대에게 사이버 공간은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그중에는 대면 관계보다 가상 세계에서 만난 익명의 누군가를 더 의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가 지극히 평범하거나 일상적인 취미를 공유하는 데에서 그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몇몇 변질된 커뮤니티는 온라인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으며, 더 나아가 현실에서조차 다양한 분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두드러진 곳은 단연 극단적 성향의 커뮤니티들입니다. 특히 남녀 갈등, 이념 갈등은 유래 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남녀 갈등에 대해 먼저 살펴볼까요? 현재 전 세계에는 성 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젠더(Gender) 이슈가 있습니다. 이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로 나아가면서 점차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완전한 개방과 이해, 그리고 과거 가치관 사이의 과도기에 살고 있는 셈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한 내용이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남성과 여성이 정면으로 맞붙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한국 남자 전체를 아우르는 '한남', 한국 여자를 뜻하는 '김치녀'라는 신조어가 이 갈등 구조를 대변하고 있죠. 이들 용어를 사용하는 극단주의자들은 남성 혹은 여성 누군가가 문제를 일으키면 해당 집단을 싸잡아 비난합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일반화의 오류죠.,
단순히 말이나 글에서 그치면 좋겠지만, 몇 년 전에는 상대 성을 경멸한다는 의사를 극단적으로 표출한 사례도 있습니다. 해당 성기를 연상케 하는 물건을 불에 태우거나 훼손시키는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이를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과시했습니다. 최근에는 여성만 보면 때리고 싶다며 묻지마 폭행을 한 20대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현시대는 남자와 여자, 그 구분이 무의미합니다. 육체적인 노동력이 중시되거나 출산이 의무로 여겨졌던 당시와는 분위기가 다르니까요. 근무 환경 자체가 많이 변모하기도 했지만, 전통적으로 남성이 담당하던 영역에서 빛나는 여성이 나타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한 개인은 얼마든지 스스로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누구나 염색체로 정의된 고유의 성을 초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한계를 넘어 주변의 인정을 받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역행하는 무리가 존재합니다. 몇몇 사례로 알 수 있듯이 누군가의 혐오가 현실에서 종종 표출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왕성하게 활동폭을 넓히고 있는 극단주의자들과 그 커뮤니티가 이런 현상에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특정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구성된 커뮤니티는 한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공유된 분야에서 눈에 띄는 무언가를 해낸다면 다른 이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형이상학적인 곳에 적용된다면, 그들의 생각은 신념화됩니다.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면 '정의'라는 이름으로 가슴 깊숙이 스며들게 됩니다. 이것이 선의가 아니라면 위험천만한 싹이 심어지는 셈이죠. 온라인 도처에는 여러 악의가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극단주의자들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이뤄지는 대화 양상, 게시물들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입니다. 그들은 단 하나의 목표만이 존재하는 양 활동합니다. 경쟁이라도 하듯 동일 공간에 존재하는 다른 회원들보다 맹렬히 상대 성을 짓밟으려 합니다. '획기적인 결과'가 도출되면 이를 과시하고 인정받고자 합니다. 일반적인 상식에서라면 이들은 비판의 대상이 되겠지만, 이 곳에서만큼은 영웅으로 추앙받습니다.
후에 '메시지의 반복적인 노출'에 대해서도 언급할 테지만, 청소년들이 극단적 커뮤니티의 영향을 받는다면 이 또한 좌시할 수 없는 잠재적 문제가 됩니다. 정체성 형성 단계에 있는 유소년 혹은 청소년들이 엇나간 가치관을 고스란히 흡수한다면 그들의 미래는 위태로울 겁니다. 특정한 계기로 신념 아닌 신념이 흔들리지 않는 한 지속되겠죠.
양 극단에 있는 이들을 두고 토론을 벌인다면 접점이란 결코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이성적인 비판이 아닌 비난을 일삼기 때문에 반대편을 이해하려 하지 않으니까요. 누구도 그들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갈등의 곬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사람의 자아와 역량만이 평가받고 대우받는 시대입니다. 성별을 막론하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거나, 특정 분야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치는 사람이라면 존중받는 세상입니다. 아니, 특정 개인이 비이성적인 근거로 매도당하는 건 애당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일반화의 오류는 우둔하면서도 치명적인 착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