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용된 이기(利技) 3-1
경제학에는 '환경세'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 개인의 활동을 통제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입니다. 일부 선진국은 이를 도입하고 있으며, 여러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이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환경세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책임'입니다.
바야흐로 '크리에이터' 전성시대입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이가 온라인 방송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는 언제부턴가 초등학생 장래희망 상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방송을 시작하는 이들조차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크리에이터(1인 방송사업자를 통칭)는 유튜브, 아프리카 등 동영상 플랫폼에 다양한 주제의 동영상을 업로드하거나 실시간 방송을 송출해 수익을 거두는 직업입니다. 이들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단연 막대한 '수익'입니다. 구독자 혹은 수익 상위권에 자리한 크리에이터들은 한 달만에 일반 직장인의 연봉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기도 합니다.
크리에이터는 자본주의와 IT가 합작한 이상적인 직업입니다. IT 환경을 기반으로 자본을 취하는 형태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다는 장점까지 있습니다. 방송사업자는 시청자에게 재미나 지식을 전달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수익(광고, 후원 등)을 취합니다. 표면상으로 완전무결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죠.
심지어 IT 인프라가 월등한 우리나라는 이를 실행하기에 최적의 환경까지 제공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셀 수 없이 많은 크리에이터가 등장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 유행하던 주제인 게임, 음식, 시사뿐 아니라 요리, 여행, 투자 등 다양한 장르의 채널이 개설됐습니다.
우리네 대다수 관심 정보를 동영상 플랫폼으로 취할 수 있게 되면서 채널 영향력은 막강해졌습니다. 주요 매체였던 TV뿐 아니라 포털 사이트마저 그 자리를 점차 내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보겠습니다. 재단에서는 매년 각 매체에 관한 통계를 수집, 분석합니다. 2020년 말 공개된 보고서에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은 올해도 급격히 증가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언론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증가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33.6%였던 이용률은 2019년 47.1%, 2020년 66.2%로 나타났습니다. 그중에는 단연 유튜브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요.
보고서 안에는 다양한 통계가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이용 빈도를 집어보겠습니다.(2020년 조사는 성인 5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이용자 중 약 61%가 일주일에 절반 이상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1~2일가량 이용하는 사람은 전체 이용자 중 10%선에 그쳤습니다.(표가 디테일해 이미지로 제공하기에 어렵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으니 독자 여러분도 꼭 한 번 탐독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연구에서 시사하는 바는 동영상 플랫폼의 영향력이 거대해졌다는 것, 그리고 이를 주도하는 크리에이터의 사회적 책임이 막중해졌다는 겁니다. 우리 역시 인지하고 있지만 연구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그 영향력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영향력에 비래해 실제 크리에이터들이 이 책임감을 느끼고 실천하느냐? 그렇지 못합니다. 실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6개월의 법칙'이라고 아시나요? 문제를 일으켜 은퇴를 선언한 사업자들이 통상 6개월 내에 복귀한다는 건데, 실제로 그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탈세, 성 추문, 인성 논란 등 구설에 올랐던 몇몇 크리에이터들은 짧은 휴식 기간을 보낸 뒤 복귀해 여전히 막대한 수입을 거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복귀한 한 크리에이터는 '돈 때문에 복귀한다'고 직접 언급하기 했죠.
방송 콘텐츠와 태도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충분히 사회문제를 야기할 만큼 아슬아슬한 수위의 방송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슈에 편승하기 위해 연쇄 살인범 조두순이 출소하자 무리하게 그의 집을 촬영하려던 이들도 있었습니다. 급기야 방송 도중 자살기도를 한 이도 있습니다.
활동명부터 주된 방송 내용에 이르기까지 선정적인 내용으로 도배한 사람도 있습니다. 성인이 봐도 민망할 만한 수위임에도 거리낌 없이 촬영을 하고, 플랫폼에 게재하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구독자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 이 영상들이 전파되고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없기에 방송 내용이나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입니다. 안타깝게도 각 플랫폼 업체들이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작권을 제외한다면 명확한 선이 없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는 실정이죠. 이는 알게 모르게 가치관 혼란과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뉴딜'을 주창하며 비대면 서비스 영역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천명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기이한 현상들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온라인 환경이 주는 부정적 영향만 더욱 커지는 꼴이 될 겁니다.
플랫폼 제공자나 정부 관련 부처, 크리에이터 내부적 자정작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오염된 온라인 환경이 현실을 집어삼킬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