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용된 이기(利技) 3-3
한 초등학생이 동영상 플랫폼에 부모 명의로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했습니다. 최초 플랫폼 업체는 환불을 거부했습니다. 후원을 받은 크리에이터 중 일부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저 결제를 제지하지 못한 부모의 탓으로 돌리기 급급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거두는 기본적인 경로는 크게 플랫폼 내에 배치된 광고를 통한 트래픽 수입, 그리고 시청자들의 물적 지원 두 가지입니다.
트래픽 수입은 콘텐츠 시청자가 해당 광고에 노출되는 데에 부여하는 보상입니다. 동영상 주변에 놓인 배너 광고가 이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동영상 중간에 삽입되는 광고와 이들 광고를 클릭해 세부 정보를 확인한다면 추가 수익이 발생하기도 하죠.
광고 수입은 주기적으로 유입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이 해당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크리에이터들은 주기적으로 사람들을 모으고자 구독을 권하고 있죠. 경우에 따라 중간 광고를 시청해달라 부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독자나 일반 방문자를 늘리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고, 콘텐츠가 특정 이슈에 맞물려야 하기도 하죠. 혹은 대다수의 눈길을 끌만한 콘텐츠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공유돼야만 합니다.
이 때문에 '즉각적인 수입'인 후원에 초점을 맞추는 크리에이터도 많습니다. 이들은 방송 과정에서 후원을 받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후원 의사를 직접적으로 밝히거나 시청자와 내기를 해 보상을 받기도 합니다.
문제는 한정된 자원과 과열한 경쟁에 있습니다. 크리에이터에게 후원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대다수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원하는 목적만 달성하고 이탈합니다. 이 소수가 지불할 수 있는 자본 역시 한정돼있기 때문에 이를 선점해야만 하죠.
더군다나 유사한 콘텐츠를 표방한 경쟁자들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기존에 시장을 점유하고 있던 크리에이터들은 파이를 나눠야 하는 운명에 쳐해 있는 셈입니다. 그중에는 조급함을 느끼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니 좀 더 자극적인 콘텐츠들로 승부를 보는 사람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전보다 폭력성을 과시하거나 선정적인 콘텐츠를 꾸리는 식으로 말이죠. 이와 동시에 호객 행위 수위가 높아지고, 타깃이 확대됩니다. 그로 인해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유소년, 청소년까지 그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부모의 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아이들은 과감히 결제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습니다. 직접 돈을 벌어본 경험이나 경제관념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인보다 행동에 옮기기 수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선 사례와 같이 막대한 금액을 어린아이들이 결제하는 경우가 종종 등장하는 겁니다.
이에 대한 적절한 방어 장치가 마련돼있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죠. 여러분이 플랫폼 사업자라면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겠습니까? 가장 먼저 '방송 송출 및 소통이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겠죠. 그다음엔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쉽게' 결제할 수 있는가'를 생각할 겁니다. '어린아이가 결제할 수도 있으니 부모 동의 절차를 강화하자'가 절대적인 우선순위는 아닐 겁니다.
안전장치가 마련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크리에이터의 후원 열정이 커짐에 따라 과도한 과금 유도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가치관의 혼란 역시 하나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소위 성공한 크리에이터들은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입을 거두곤 합니다. 누군가는 이 수익을 시청자들에게 보답하거나 사회에 환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오롯이 과시하는 용도로만 활용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역시도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큰 만큼 조심히 다뤄야 하는 내용임에는 분명합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가 유입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주의를 줘야만 하죠.
요즘 유행하는 '내돈내산'(내 돈을 주고 내가 산다), 'Flex'(자신의 자산을 과시하는 행위를 일컫는 단어)과 같은 신조어는 마냥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구석이 있습니다. 동영상 플랫폼뿐 아니라 SNS, 심지어 TV 프로그램에서도 이들 용어가 자주 사용되는데 과소비를 부추기는 측면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특히 어린 친구들에게는 황금만능주의를 우선적 가치로 두게끔 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콘텐츠를 시청하는 과정에서 이런 인식이 고스란히 스며들 소지가 있죠. 자칫 누군가에게 '돈을 많이 벌어 과시하는 것만이 성공이다'라는 생각이 자리한다면 그 사람은 오로지 돈만 쫓게 될 겁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마음껏 쓰는 자유를 그 누가 침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 누구도 이 자유권을 침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권리에는 그만한 의무가 따르죠. 이들이 벌어들인 수입은 오로지 시청자에게서 비롯됐습니다. 자신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들이 엇나간 가치관에 물들지 않도록 인도해야 할 책임이 분명 존재합니다.
최근 직장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크리에이터가 되길 희망하는 원인 중 하나도 이런 콘텐츠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슷한 또래의 크리에이터가 1년을 내내 모아도 손에 쥐지 못할 돈을 'Flex'한다며 쓰는 동영상을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허무와 권태를 느끼다 결국 크리에이터를 꿈꾸게 되겠죠.
어떤 콘텐츠든 그저 콘텐츠로만 끝나지는 않습니다. 보는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시각적으로, 그다음엔 심리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