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 욕설이 난무하는 방송국

악용된 이기(利技) 3-4

by 권종영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및 욕설 등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방송은 국민의 올바른 가치관과 규범의 정립, 사회윤리 및 공중도덕의 신장에 이바지하여야 한다.

방송은 건전한 시민정신과 생활기풍의 조성에 힘써야 하며, 음란, 퇴폐, 마약, 음주, 흡연, 미신, 사행행위, 허례허식, 사치 및 낭비풍조 등의 내용을 다룰 때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에서...




일상 언어를 뒤흔들고 있는 그들의 언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왜 존재하는 걸까요? '매체의 힘' 때문입니다.


미디어는 '전파'를 목적으로 발명된 산물입니다. 어떤 형태의 매체든 태생적으로 파급력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파급력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거죠. 이마저 없다면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난립하는 걸 인간이 막을 방법은 없을 겁니다.


현재 동영상 플랫폼 시장이 이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오로지 '창작의 자유'에만 몰입한 터라 사회적으로도 문제 될 수 있는 콘텐츠가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언어'입니다. 몇몇 크리에이터가 견지하고 있는 방송 태도는 청소년들의 언어를 파괴해나가고 있습니다.


'문법에 맞지 않는 언어 습관을 가지고 있다'와 같은 1차원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방송 내내 욕설을 끊임없이 내뱉는 사람, 자극적인 표현을 거리낌 없이 던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방송 도중에 성희롱, 인격 모독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들 대부분이 많은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방송을 보다 보면 진행자와 시청자가 마치 전염병 퍼지듯 똑 닮은 언어를 사용합니다. 폭언이나 욕설을 일삼는 크리에이터가 실시간 방송을 하면, 이를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의 채팅 언어도 덩달아 과격해집니다. 여기에 채널이나 당일 방송의 주제가 자극적이라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지곤 합니다.


TV에서 방송되는 콘텐츠조차 여건만 갖춰진다면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규제가 훨씬 덜한 동영상 플랫폼 콘텐츠도 별다른 제약 없이 시청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아이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많이 찾는 시간에 PC방을 한 번 방문해 보면 금세 체감할 수 있습니다. 도저히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올 거라고 상상하기 힘든 단어들이 거침없이 들립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심지어 인격을 모독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놀랍게도 어린아이들이 즐겨 쓰는 오염된 언어가 일부 크리에이터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흡수력이 빠른 유소년, 청소년은 그들이 쓰는 언어가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면 곧장 차용합니다. 직접 접하지 않았더라고 학교에서 친구가 쓴다면 그대로 따라하곤 하죠.


언어 습관이 이토록 망가졌다는 건 수없이 뉴스나 관련 기관의 통계자료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아이들은 맞벌이 부모의 육아 시간 부족, 온라인 교육 환경 확대, 뛰어난 인터넷 접속 환경, 전 가구 PC 보급 등 여러 요건이 맞아떨어지면서 크리에이터와 접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콘텐츠 의존도는 더욱 커졌습니다.


단순히 그들의 언어가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그친다면 다행일 겁니다. 혹은 시대가 변화하는 과정에 맞춰 새로운 언어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애써 포장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 언어들은 가상 세계에서 이뤄지는 폭력인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이버 불링이란 전자 매체를 통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 등을 일컫습니다. 신체적인 폭행이라면 부모가 인지라도 빠르게 할 수 있지만, SNS 등을 통해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청소년들을 보호하고자 이에 대처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일부 크리에이터의 오염된 언어 습관이 아니더라도 가상공간에서의 폭력은 존재했을 겁니다. IT 환경이 과거보다 우리 삶에 더 깊게 개입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폭력의 수위를 높였다는 책임에서 과연 그들이 당당할 수 있을까요?


불과 며칠 전에도 온라인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학생의 이야기가 알려졌습니다. 이 학생, 고작 16세였습니다. 최초 이를 보도한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전한 내용을 살펴보면 청소년의 대화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과격합니다. 소름 끼칠 만큼 악랄하고 거침없습니다.


이처럼 그들의 언어는 직간접적으로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1인 방송사업자로 불리고 있지만 엄연히 그들은 방송사업자는 아닙니다. 방송심의에 의한 규정에 저촉되지 않으니까요. 그렇기에 오늘도 그들은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망가진 언어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칭찬을 받고 자란 식물은 더 튼튼하게 자라지만, 비난이나 욕설만 받아낸 화분에는 시들어버린 아이만 덩그러니 남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