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

by 민서


군고구마


막 숯불에서 꺼낸 고구마인지라 뜨거운데도 호호 불며, 물티슈에 손을 대며, 집중해서 껍질을 까던 아이에게


"조금 식혀서 먹지 그래! 손 많이 뜨겁잖아"

"뜨거운 음식을 왜 뜨겁게 해 먹겠어. 뜨겁게 먹어야 뜨거운 음식이지"

녀석도 나처럼 군고구마가 엄청 먹고 싶었던 건지, 최고로 맛있게 먹고 싶었던 건지 집중하며 요리조리 열심히 까더랬다.


내가 집게로 콕 콕 찌르고만 있을 때, 갑자기 내 접시 위에 노랗게 잘 익은 먹음직스러운 고구마가 껍질이 까진 채 놓이고, 내가 손톱만큼 벗겨놓은 고구마를 본인의 접시에 가져다 놓았다.


뭔가가 차오르고, 사고가 멈추고, 그렇게 멍하니 있다 결국 조금 식은 고구마를 먹었지만 웃기게도 내가 세상에서 먹어본 고구마 중에 제일 맛있었다.

뜨거워하며 껍질을 벗기던 모습, 예쁘게 까진 고구마를 무심히 접시에 놓던 모습에서 그 마음이 전달되고, 내가 주어야 할, 주고 싶은 사랑의 모습의 울림이 찾아왔다.

군고구마 하나가 참 오래도록 여운에 남는다. 사랑은 그런 것인 것 같다.


받은 자로써 잘 전하는 삶, 한 몸 가운데 서로 이어져 흘려보내는 영원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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