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피 Jul 12. 2023

삐딱함

육아의 기술

나는 대체적으로 부모님 말씀 잘 듣는 모범생으로 자랐다. 대학도 그럭저럭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자부하고 어쩌다 보니 꽤 괜찮은 직업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인생이 늘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시작은 엄마표 미술놀이, 현실은 난장판

특히, 육아가 그렇다.

공부야 내가 그저 열심히 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육아는 신세계다. 내 뜻대로 되는 건 열의 하나도 될까 말까.


그래도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고도 이게 맞나 싶었던 신생아 시절의 육아도 다 지나가고, 아이가 걷고 뛰고 말도 곧 잘하는 미운 네 살의 시절을 보내는 요즘은 살만해졌나 싶다.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만 3년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내게는 마땅한 육아의 기술이 없는 듯하다.

아이 밥을 잘 먹인다던지, 잘 재운다던지, 잘 놀아준다던지 어쩜 어느 하나 이건 정말 잘한다고 내세울 게 이리도 없을까.

인스타그램을 들어가 보면 나는 참 못난 엄마가 되는 것 같아 더 씁쓸해진다. 다들 아이랑 그리 잘 놀아주고, 맛있는 밥도 뚝딱뚝딱 잘하는지.

거기에 아이와 엄마는 멋진 커플룩을 입고, 아이의 머리는 3단 콤보 땋기 기술로 머리를 땋았을 법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

이즈음 되면 나는 마음속으로 슬며시 꺼내는 기술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삐딱함'이다.


저 사진 찍으려면 못해도 백장은 찍었을 거야.

아이가 잘 먹을 때만 찍은 사진이겠지.

가끔 나도 맛있는 요리는 해주지만 현실은 김과 계란 아닌가.


이해가 되는가?

나의 육아 최고의 기술은 '삐딱함'이다. 우리는 좀 삐딱한 육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요즘같이 SNS가 발달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엄마, 아빠에게 높은 수준의 육아 방침을 요구하는 때에 말이다.


인스타그램이나 방송에 나오는 부부나 가정들처럼 늘 화목하고, 갖춘 모습으로, 심지어 흐트러진 것 같은 모습조차 연출된 것일 수 있는 그 모습들을 보고 나의 현실과 비교하며 내 머리를 쥐어뜯기보다는 좀 없어 보일 지언 정 마음 한 구석에 이러한 '삐딱함'을 장착하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늘 그 삐딱한 마음으로는 살지는 말아야 한다.

내 마음이 조금 풀리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야 어찌 살던 현실 육아로 다시 돌아가자.

조언은 말 그대로 참고만 하자. 사실 대부분의 문제에 대한 답은 내 마음속에 있지 않던가.


아이가 먹는 것, 입는 것, 가지고 노는 것, 읽는 책 등등 아이를 위한 것이라면 뭐든 최고를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 마케팅이 넘치는 시대.

너도 나도 전문가라며 이래라, 저래라 조언하는 척하며 은근슬쩍 자신의 물건을 들이밀며 이거 사주면 좋은 부모, 안 사주면 나쁜 부모 만드는 상술에 휘둘리지 말자.


나는 나를 비롯해서, 우리 남편, 그리고 내 주변의 많은 육아인들은 다 잘하고 있다고 믿는다.

각자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표현하는 법이 다를 뿐, 우리 모두 육아 초보였고 처음 엄마, 아빠가 되었고 서툰 것이 많을지언정, 심지어 사랑조차 배워가는 가정이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찰나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모든 엄마, 아빠들 파이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