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템이라고 아시는가?
문신과 아이템의 합성어인데, 문신이 몸에 새겨 지울 수 없어 24시간 내 몸에 지녀야 하는 것처럼 매일 착용하는 아이템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보통 여자들의 경우 귀걸이나 목걸이와 같은 장신구를 말하고 때론 자주 입는 옷이나 가방 등을 가리켜 말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거 올여름 내 문신템이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내게도 그런 문신템이 하나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에 새겨 정말 마음의 문신처럼 만들려고 하는 아이템이다.
忍(참을 인)
누구나 마음에 한번쯤은 새겨보았을 법한 그 글자.
직장 생활하며 수없이 마음에 새겼던 그 글자. 이제는 육아의 시절에도 어쩔 수 없는 내 마음의 문신템이 되어 버렸다.
한자 본래의 의미는 거창하나, 사실 개인적으로는 칼날의 아픔보다는 짜증과 분노에 더욱 가까운 감정을 이겨내는 마음이라고 다시 정의 내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아이가 이유 없이 물을 쏟을 때, 이는 닦지 않겠다며 도망갈 때, 손은 절대 씻지 않겠다며 드러 누을 때, TV만 보겠다며 울고 떼쓸 때, 그리고 정말 정말 참기 힘든 순간은 잠을 자지 않겠다며 버티다 버티다 밤 12시가 넘어 겨우 재웠을 때. 나는 수도 없이 마음에 ‘참을 인’ 자를 새기며 솟아오르는 짜증과 분노를 눌러본다.
특히 요즘 우리 애는 밤에 잠들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이다.
책을 한 20권쯤 읽어달라고 한다 던 지, 갑자기 그림을 그리겠다고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들고 오기도 하고, 수영장이라며 침대 위에 온갖 장난감 과일과 연필과 잡동사니를 부어 놓고 헤엄을 치자고 한다.
보통은 내가 재우다 먼저 잠들어버리고 아이가 따라 잠들고 남편이 마지막으로 잠들었는데, 요즘은 아이의 잠자는 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남편이 먼저 잠들기도 하고 아무튼 세 식구의 취침시간은 제각각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참 별 일 아닌데 이렇게까지 마음속에 문신처럼 글자를 새겨가며 참을 일인가 싶은데 그때 그 당시에는 왜 이리도 화가 나는 것일까.
이 정도 수행했다면 忍(참을 인) 자는 내 마음속의 문신템이 되고도 남았어야 할 텐데 여전히 참을 인자를 다 쓰지 못하고, 아마도 刃(칼날인) 자를 쓰고 心(마음심) 자를 다 쓰기 직전 어김없이 폭발해 버리는 내 모습을 보며 여전히 나는 부족한 엄마라며 자책을 한다.
정말 지나가보면 별 거 아닌 일인데.
그냥 좀 집안 장식장에 낙서 하나 늘어나거나, 아이옷이나 이불빨래 한 번 더 세탁기 돌리게 되거나, 바닥이 어질러져 청소기 한번 더 돌리면 되는 일인데 왜 그때는 그렇게 화가 났을까.
서랍장 까짓것 다시 사면 되는데 속이 타는 듯한 기분은 왜일까
뭐... 구차한 변명 좀 해 보자면, 나도 사람이니까.
저녁 차리고, 치우고, 설거지하고, 아이도 씻기고 나도 씻고 장난감도 대충 치웠으니 이제 좀 아이 재우고 인터넷도 좀 하면서 쉬고 싶은데 아이는 안 자고 다시 장난감을 바닥에 쏟을 땐 모든 것이 리셋되는 그 기분.
마치 열심히 작성했던 워드 문서가 날아갔지만 임시저장폴더에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때의 절망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쓰고 보니 진짜 좀 구차하네.
그래도 어제보단 나은 오늘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
아직은 내 마음에 忍(참을 인) 글자 한 자 새기는 것조차 어렵지만, 육아 고수로 거듭날 즈음엔 忍(참을 인) 세 자 정도는 거뜬히 내 마음속의 문신템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