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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 Jul 15. 2023

웃참 실패

너를 보면 왜 이리 웃음이 날까

"손들고 서있어. 혼나야 돼"

최대한 근엄한 표정을 짓고 아이 양손을 붙잡아 들고 벽 앞에 세워서 하는 말.

아이는 그저 신나서 웃고만 있고 사태파악이 안 되지만 곧 엄마가 화났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런데 엄마가 화난 건 화난 거고 또 웃으며 도망갈 준비를 한다.  

아이가 웃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다.


"너 도망간다고 될 일이 아니... 풉"

망했다. 아이는 더 깔깔거리고 웃고 나도 어이없어 웃는다.


이제 세 돌도 지났겠다, 혼낼 땐 좀 따끔하게 혼을 내야 되는데 좀처럼 잘되질 않는다.

아이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얻어온 별명이 있다.

'미소천사'

아이가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 그렇단다.

내가 보기에도 우리 애는 잘 웃고 울음 끝도 짧고 긍정적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혼을 내야 할 때도 웃음기 가득한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웃참 실패의 위기는 아이 재울 때도 찾아온다.

우리 아이도 여느 아이들처럼 잠들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 애다.

늘 아이가 침대에 올라가며 하는 말.

"잠이 안 나와요."

"응, 아니야. 잠 나올 거야."

이제 잠자리는 지루한 창과 방패의 싸움의 현장이 된다.

지리멸렬한 아이 재우기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갈 때 즈음이면 내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이는 마지막까지 잠과의 사투를 벌이는데 잠들기 직전의 모습이 어이없으면서도 웃겨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게슴츠레 새우눈을 하면서도 절대 한 번에 잠들지 않는 녀석. 마치 얼음땡을 할 때 얼음자세가 된 것 마냥 손모양도 어정쩡하게 벌어진 그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눈만 껌뻑이는 모습에 왜 이리도 웃음이 나는지.


오늘도 웃참 실패.

내가 최고로 애정하는 너의 작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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