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피 Nov 07. 2023

뜨개질로 보는 친정엄마의 손주사랑

엄마는 뜨개질을 참 잘하신다.

나와 동생 어릴 적 스웨터도 여러 벌 떠 주시기도 했고, 본인 옷도 떠 입으시기도 했다.

대부분은 지금 남아있지 않은데 엄마 본인이 떠 입으신 엄마의 우윳빛 조끼는 아직도 갖고 계신다.

그 옷은 내가 봐도 참 명품이다.

브이넥에 넉넉한 핏으로 모조진주 단추를 달았는데 그 짜임이 얼마나 세밀하고 고운지 사람들이 그 옷을 볼 때마다 "이거 어디서 샀어요?"라고 묻고는 했다.


엄마는 우리가 훌쩍 커버리고 나서는 뜨개질을 잘 안 하시지만 손주 녀석을 보니 손이 근질근질하셨나 보다.

작년 봄부터 동대문 시장을 들락날락하시며, 뜨개실을 정성스레 고르고 골라 아이 옷을 몇 벌이나 뚝딱하고 만들어 주셨다.

쉬엄쉬엄 하시면야 뭐라 말 못 하겠는데, 한번 불붙으면 자정이 넘어가도록 며칠을 뜨개질 삼매경인 엄마 때문에 내가 단단히 잔소리를 하고 나서야 멈추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탄생한 옷이 무려 4벌이나 된다.

그중 아이의 최애 옷은 아이보리 실에 무지개색 단추가 달린 간절기 코트이다.

아이가 훌쩍 커버려 올해까지 입으면 더 이상은 못 입을 것 같은 이 옷은 이제 곧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ㆍ무지개 단추, 목부분과 소매단이 포인트

제일 먼저 엄마가 떠주신 것은 모자이다.

아이 외출 시마다 모자를 늘 챙기는 걸 보시고는 여름엔 시원한 게 최고라며 구멍이 송송난 모자를 몇 개나 떠주셨다.

그중 나의 최애는 하얀색에 꽃이 달린 이 녀석이다.

이제는 작아서 쓸 수 없는 녀석

요즘 제일 잘 입는 아이는 그린색에 노란 테두리로 포인트를 준 카디건이다.

한 여름이라 해도 백화점이나 쇼핑몰 같은 실내는 에어컨이 빵빵한 탓에 늘 아이 카디건을 들고 다니는 데 작년만 하더라도 너무 큰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 옷도 내년이면 못 입지 않을까 싶다.

나무재질의 단추가 단정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공주님 같은 핑크색의 이 옷은 예쁘긴 하지만 매칭하기가 힘들어 올해 봄엔 입히질 못했다.

작년엔 하얀색 원피스에 곧 잘 입혔는데, 올해는 받쳐 입을 만한 마땅한 옷을 발견하지 못해 장롱에서 놀고 있다.

이 옷을 입기 위해 새옷을 사야할 듯

마지막으로는 내년에도 맞을 것 같은 도톰한 스웨터 코트이다.

엄마가 모자를 뜨고 나서 처음 떠 주신 옷인데, 넉넉하게 떠서 그런지 아직도 넉넉하다.

이 옷을 입고 동네를 다니면 아는 동네 어른들이 칭찬이 자자해서 아이가 처음엔 이 옷만 입겠다고 했을 정도였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입게 될 아이

이 옷들을 볼 때마다 엄마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아마도 아이가 더 커갈수록, 그리고 엄마가 더 늙어가실수록 이 옷의 추억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사랑과 정성을 담아 아이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을 만들어 주신 엄마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다.



* 한 달 전쯤 써놓고 발행하지 못한 글을 이제 올려봅니다. 사진을 좀 더 예쁘게 찍어 보려고 했는데 손재주가 없어 쉽지 않습니다. 그 사이 날이 쌀쌀해져 계절감이 조금 맞지 않는 문구가 있더라도 이해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왜 아이의 영어에 집착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