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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 Dec 11. 2023

배움은 들음에서 나온다

늘 깜빡하는 것이지만 '들음'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아이를 양육할 때도 아이의 말을 잘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엄마, 아빠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니 나는 늘 지나고 나면 '아 좀 더 잘 들어줄 걸, 내 말만 했네'라고 생각하곤 한다.

쉴 새 없이 떠드는 편은 아니지만 안 하는 편은 아니다.

어릴 땐 너무 소심해서 말을 잘 못하는 아이였는데 크면서 사회적 훈련에 의해 어느 정도 타인과의 대화가 어렵지는 않게 되었지만 무언가 훈련이 잘 못된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침묵이 싫어서 쓸데없는 말을 하는 타입 같은 거 말이다.

내가 좀 그런 것 같다.


쓰다 보니 좀 곁길로 샜는데 '들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영어 때문이다.

요즘 브런치에 글이 뜸한 이유 중 하나도 영어공부 한답시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했으나 사실 그다지 성과가 없었다.

열심히 해보지만 아이의 영어 습득 속도에 비하면 나의 영어는 습득이라고는 말할 가치도 없는 수준이다.


어쨌든 오늘은 언어와 들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 글을 쓴다.

얼마 전 나름 내 머릿속의 의문들을 정리해 준 영상을 보았는데, 영상 속 등장하는 언어학자의 이야기를 빌자면 언어를 배우는 방법은 듣기와 읽기 뿐이라고 한다.

우리가 이런저런 방법을 통해 어떤 언어의 실력이 향상되었을 때 우리는 그 인과 관계를 잘못짚고는 하는데 사실은 많이 듣고 많이 읽음으로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다.

즉,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많이 듣고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애는 여전히 하루 한 시간은 영어 동영상을 본다. (영상 시청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나는 어쨌든 이 길을 택했다)

요즘은 Paw Patrol이라고 한국어로는 퍼피구조대로 번역된 만화 동영상에 빠져있다.

그리고 리더스북으로 유명한 ORT를 매일 읽는다. 내가 ORT를 읽자고 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서 읽는다.

영어책만 읽을 때는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매일 보던 책도 시시해지는지 다른 책을 가져오는 걸 알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가 보다 한다.

어떤 날은 한글책을 들고 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영어책만 들고 오기도 한다.


아이는 절대적으로 들음을 통해 영어를 배우는 중이다.

글자를 까만 거라고 말하는 수준의 글자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아이라 사이트워드 같은 것도 하지 않는다.

파닉스도 당장 가르칠 생각은 없다.

내 경험상 글자는 시간이 지나면 깨우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스로는 읽기가 불가능한 아이라 순전히 듣기를 통해 영어를 습득한다.


그런데 어른인 나에게는 이 '들음'이 이리도 힘든 걸까?

내가 보았던 그 영상 속 패널로 나오신 교수님 왈, 어른들은 머릿속에 너무나도 많은 쓰레기가 가득 차 있어서 안된다고.

말 그대로 쓰레기라고 표현하셨는데, 웃기면서도 씁쓸했다.


머릿속이 쓸데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어 정말 들어야 할 것을 놓치고 사는 요즘의 나.

어린 시절 어른들은 왜 저럴까 싶은 그 모습을 그대로 밟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오늘 다시 한번 '들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 제가 보았던 동영상을 첨부합니다. 아이의 영어뿐 아니라 언어습득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https://youtu.be/tn2oUB3l5uk?si=su6SiF6KegAYnPH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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