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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 Mar 21. 2024

나의 집밥 도전기

프롤로그

어느 날 갑자기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도 아닌데 정말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조금 더 파헤쳐서 생각해 보면 아마도 이런저런 세상일로 혼잡한 머리를 식혀보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느덧 결혼 6년 차를 넘어서 새댁 타이틀은 한참 전에 뗀 사람입니다만 잘하는 요리가 몇 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아이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요리 실력을 갈고닦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 있었습니다.

그렇게 올해 1월부터 사브작 사브작 집밥을 만들어 먹는 중입니다.


사실 전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이유식 할 때부터 더 좋아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우선 저는 아이가 분유를 상당히 오래 먹을 줄 알았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생후 6개월부터는 이유식을 시작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땐 정말 속된 말로 멘붕이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닥치면 한다고 어찌 저지 하게 되더라고요.

직접 해 먹이기도 하고 시판 이유식은 브랜드별로 하나씩 사 먹여보기도 하고 친정엄마 찬스도 여러 번 써보았지만 저희 아이는 아주 잘 먹는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잘 먹지를 않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당시에는 아이가 잘 먹지 않는 원인이 제 요리실력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지나고 보니 그냥 아이들은 잘 안 먹는 아이가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SNS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잘 먹는 아이들의 영상이나 사진이 많이 올라오니 자연스레 우리 애와 비교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니 밥 먹는 연습이 필요하지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아이는 심지어 김이나 계란도 잘 먹지 않아 김과 계란이 키운다는 말도 우리 집 얘기는 아닌가 보다 했는데요, 지금은 김과 계란 없이 어찌 키우나 싶습니다.


아무튼 아이의 이유식 시절을 거치며 저의 요리에 대한 정서는 더욱 거칠어져 갑니다.

싱크대 위에 물방울이 튀는 것도 싫었던 저는 요리할 때면 쓸데없는 상상으로 요리와 더 거리가 멀어져 갔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도마에서 사과를 썬다고 가정했을 때 사과에 칼이 들어가는 순간 사방팔방 튀는 미세한 사과즙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하루 이틀 안 하다 보니 그나마 없는 실력은 더욱 무뎌져 갑니다.

친정엄마를 의지하는 날도 많아지고요.


그런데 정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리를 잘해 보고 싶다'

'요리는 생존기술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 익혀두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실로 전향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게 저의 집밥 도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요리실력은 그저 그렇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아주 잘할 것 같진 않아요.

하루 한 끼는 제 손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저의 목표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신혼시절 이후 처음 만들어본 잡채


다만, 요리를 시작하고 나서 작은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이젠 그 즐거움을 글로 써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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