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아, 안돼!"

저의 한마디 비명이 작은 주방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집니다.

김밥을 썰다가 결국 김밥 옆구리가 사정없이 터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쓸데없거나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할 때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는데요.

이 표현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궁금한 것은 누군가 이 말을 처음 했던 사람은 김밥을 잘 마는 사람이었을까요?

저는 꽤나 진지합니다.

왜냐하면 요즘 김밥을 싸면 자꾸 김밥 옆구리가 터지기 때문입니다.

신혼 때 한 두 번 김밥 만들기에 도전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매번 옆구리를 터뜨리는 바람에 '내 다시는 김밥을 내 손으로 만들지 않겠다'라고 다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또 열심히 김밥 만들기에 열중을 하는 저를 보면 역시 사람은 말조심 또 말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김밥을 만들어보기 전까지 김밥이 이리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줄 몰랐습니다.

물론 엄마가 자주 싸주시기는 했지만 제가 아침에 일어나 식탁에 앉을 즈음엔 엄마는 김밥을 썰고 계셨기 때문에 각 종 재료들을 썰고 볶는 걸 보지 못했어요.

그만큼 엄마는 새벽부터 식구들을 먹일 김밥 준비를 열심히 하신 것이겠지요.

김밥은 기필코 사 먹으리라고 생각했던 저이지만 요즘은 생각을 좀 바꿨습니다.

김밥 정도는 좀 잘 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집밥 중에 많은 음식들이 있지만 그중 왜 김밥이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특별한 것은 없고 이제 곧 봄이 만연하면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자주 나갈 때 소풍음식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답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아이가 좀 더 크면 아이 학교 소풍날 김밥을 멋들어지게 싸줄 날을 기대해 보기도 합니다.

그러려면 저는 실력을 좀 더 연마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은 예전처럼 정형화된 재료들을 모두 다 넣은 김밥 말고도 다양한 레시피들이 많아 참 다행입니다. 왜냐하면 요리초보들에게는 보다 손이 덜 가고 쉬운 레시피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지요.

레시피를 따라, 제가 먹었던 김밥의 맛을 따라 그렇게 김밥 싸는 일에 도전해 봅니다.

말 그대로 김밥 옆구리가 터지다 못해 모두 찢어졌던 날도 있었고, 꽤 멋지게 말아졌던 날도 있었습니다.

김밥 옆구리가 제대로 터진 날은 김밥이라 부르기도 뭣해서 비빔밥처럼 먹어야 했는데요.

아보카도가 들어간 이색 김밥을 싸던 날이었는데 한 시간을 서서 재료를 준비하고도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김밥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습니다.

한 시간을 준비해서 만든 결과물이 이러니 눈물이 날만하지 않나요? ㅎㅎ

저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벚꽃이 피고 지어 파릇한 잔디가 날 때쯤이면 좀 더 멋진 김밥을 선보일 수 있길 바라면서요.